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론스타와 글로벌 M&A

지난 3일 발표된 론스타와 HSBC 간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체결을 놓고 금융계가 떠들썩하다. 일각에선 양측의 ‘기습적’인 계약에 금융당국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지만 론스타의 행보는 예고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말 검찰이 외환은행의 헐값매각 혐의로 관련 당사자들을 기소했을 때부터 “론스타가 법원 판결까지 외환은행 매각을 유보하지 않을 것이며 새로운 파트너는 정부의 눈치를 덜 보는 외국자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론스타의 ‘먹튀’와 HSBC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도 여러 고개를 넘어야할 듯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들 외국자본의 ‘빅딜’을 씁쓸하게 지켜보는 것은 우리로선 글로벌 인수합병(M&A)이 뒤늦게야 부상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두산인프라코어가 소형 건설기기 부문 세계 1위인 보브캣을 인수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M&A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세계 M&A시장에서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세계 M&A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4,47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일찌감치 3조억달러를 돌파했다. 이 중 국경을 넘은 M&A만 따져도 전체의 55.4%인 1조6,65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기술 전수 및 자원 확보를 겨냥해 지난해 해외기업 인수에만 모두 14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해외 M&A규모가 불과 46억달러에 머무른다는 점은 생각할수록 참담할 정도다. 이처럼 국내 기업의 해외 M&A가 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각종 규제와 정부 차원의 지원책 부재 탓이 크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자본의 해외 M&A를 적극 유도하기 위해 ‘금산분리 정책’도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에 성공할 경우 가만히 앉아서 최대 5조4,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외국펀드가 안방에서 벌이는 ‘돈잔치’를 구경만 해야 할까. ‘대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 길은 이제라도 활짝 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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