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을 이끄는 50인의 경영인] 신상훈 신한은행장

"변화·혁신 통해 글로벌무대 진출"<br>불굴의 정신·긍정적 자세로… 국내 선도 은행 입지 구축

신상훈(오른쪽) 신한은행장이 지난해말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사랑의 김장담그기’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저소득층 불우이웃에 나눠주기 위해 김장을 담그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23번 싸워 23번 모두 승리한 이유는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 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40년 이상 은행권에서 몸 담으며 고비 때마다 국내 은행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온 것으로 평가된다. 신 행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로 표현한다. ‘빛을 숨기고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신한은행의 발전 과정을 적절하게 표현한 말이다.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실을 다지고 작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치밀하고 겸허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신 행장은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의 화려한 전승 장면과 백전 백승에 매료되지만 그것보다는 그런 신화적인 승리를 가능하게 한 철저한 준비 정신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3년 신 행장 취임 이후 마치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을 기록하며 무서운 승전기록을 세우듯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금융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조흥은행’과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국내 영업기반을 공고히 다지더니 중국, 동남아 등으로 발 빠르게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국내 선도 은행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은행의 이런 성장 원인을 그저 ‘행운’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이순신 장군의 화려한 전공만을 보고 준비 과정은 주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오늘날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끊임 없는 준비와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신 행장은 지난 82년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서 입행한 이후 줄곧 ‘처음처럼’이란 자세를 지켜왔다. 신 행장은 그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도약을 위해 자신의 심성과 실력을 부단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자세가 신한은행을 오늘날처럼 반석 위로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신 행장은 “요즘 선진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투자은행(IB) 또는 프라이빗뱅킹(PB)이다 해서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기술적 실력의 밑바탕에 자신의 인격과 심성을 연마하는 노력이 없다면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고 말한다. 전문지식이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변화무쌍한 경쟁 구조 속에서 살아 남고 진정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실패에서도 일어설 수 있는 불굴의 정신과 긍정적 정신자세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 행장은 은행을 경영하며 힘들고 지칠 때 좌우명인 ‘처음처럼’을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겸손한 자세로 정성을 다하고 주어진 상황에 대한 감사와 진심은 언젠가 통하고, 최선을 다하면 하늘도 도와준다는 게 신 행장의 믿음이다. 신 행장은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을 마무리한 후부터는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의 도약을 강조하고있다. 이제 국내의 좁은 땅덩어리에서 한정된 시장을 놓고 국내 은행끼리 경쟁해서는 미래가 없고 변화와 혁신을 통한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이 절박하다는 게 신 행장의 생각이다. 그는 ‘에스키모의 들개 사냥법’을 예로 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다. 에스키모들이 날카로운 창 끝에 다른 동물의 피를 발라 들판에 세워두면 들개들이 냄새를 맡고 몰려든다. 들개들이 창을 혀로 계속 핥다 보면 혀가 마비되고 나중에는 제 혀에서 피가 나와도 느끼지 못한다. 결국 들개는 누구의 피인지도 모르고 창 끝을 핥다 죽게 된다. 타성이란 그만큼 위험하며 기업 또한 이를 경계하고 끊임없는 혁신을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신 행장의 지론이다. 국내 선도 은행으로 우뚝 선 신한은행이 신 행장의 지휘 아래 앞으로는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 통합은행 출범후 "우리는 하나" 강조
신한·조흥 화학적 결합 이뤄내

지금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이 금융계에서 성공적인 짝짓기로 평가되고 지만 합병 당시인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조흥은행 임직원 입장에서는 후발 은행인 신한은행에 흡수 합병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조흥은행 노조는 합병 회사 이름을 신한이 아닌 조흥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등 합병일자가 다가올수록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2003년 취임직후 닥친 신한과 조흥의 합병 갈등은 신상훈 은행장에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절대절명의 과제였다. 국내 선도은행은 물론 글로벌뱅크로서의 도약을 위한 입지를 다지느냐, 아니면 이류 은행으로 머무느냐의 기로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 행장은 통합은행장 발표직후 통합에 반대하는 조흥은행 노조 천막 농성장을 방문해 '우리는 하나'라며 통합은행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인사에 있어 결코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이런 약속은 4년째 그대로 실천되고 있다. 통합 신한은행은 임원 인사에서 항상 신한과 조흥출신을 7대 6으로 배분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신 행장도 그의 40년 은행 생활 중에서 신한과 조흥의 물리ㆍ화학적 결합을 이뤄낸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신상훈 은행장은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평생 은행에서 재직한 금융계의 산 증인이다. 지난 67년 산업은행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82년 신한은행이 설립되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신한은행에서 영동 지점장, 오사카 지점장 등 일선 지점장으로 재직하다가 자금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쳐 지난 98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영업점포장 시절에는 기업분석 및 여신심사 업무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업금융 부문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99년 상무를 거쳐 2001년 9월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출범과 함께 자회사 관리, 재무, 업무지원 및 홍보 등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지주회사 체제의 정착에 기여했다. 신 행장은 이런 풍부한 업무 경험 및 탁월한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 2003년 마침내 신한은행장으로 선임됐다. 신 행장은 지난 2006년 4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 이후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원칙을 통해 양사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은행권 최초로 경영혁신 툴인 6시그마를 도입하는 등 품질 경영에 앞장섬으로써 국내 금융산업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경영원칙

▦ 철저한 준비로 내실을 다지자 ▦ 금융인으로서 본분에 충실하고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는다 ▦ 항상 겸손한 자세로 정성을 다하자 ▦ 주어진 상황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자 ◇ 약력 ▦1967년 산업은행 입행 ▦1982년 신한은행 입행 ▦1997년 신한은행 영업부장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 상무 ▦2003년 신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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