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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홀(파3). 이정민(23·비씨카드)이 3m 가량의 만만찮은 파 퍼트를 남겼다. 맞대결한 박채윤(21)이 1~3번홀에서 버디-이글-버디로 4타를 줄여 전날 벌어둔 2타 차이가 없어지고 동타가 된 상황. 보기를 범할 경우 기선을 빼앗기고 상대의 기세를 살려주게 될 중대한 퍼트였지만 이정민은 침착하게 홀에 떨궜다.
경기 흐름을 잘 지킨 이정민이 '루키'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정민은 17일 경기 용인의 수원CC 뉴코스(파72·6,463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5시즌 7번째 대회인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상금 1억원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친 그는 최종합계 13언더파 203타를 기록, 두 신인 박채윤과 박결(19·NH투자증권·이상 10언더파)을 3타 차로 제쳤다.
개인 통산 5번째 우승. 지난해 2승을 거두고 상금랭킹 3위를 차지했던 이정민은 이번 시즌에는 국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 공동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10년 1승, 2012년 2승, 2014년 2승 등 해를 걸러 우승했던 그는 2년 연속으로 승수를 보태며 안정된 경기력의 강자 대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보기를 줄이는 게 버디를 잡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승리였다. 이정민은 이번 대회 1라운드 4번째 홀에서 유일한 보기를 기록한 이후 50개 홀 연속으로 '노 보기'의 짠물 플레이를 펼쳤다. 이날만 봐도 이정민은 버디 5개, 박채윤은 버디 4개와 이글 1개로 줄인 타수에서는 박채윤이 더 많았다. 하지만 박채윤은 2개의 보기를 범했고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이정민은 공동 2위 박채윤의 전반에만 6타를 줄이는 거침 없는 플레이에 한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7번과 9번홀에서는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4승의 경험이 있던 이정민은 강했다.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다시 1타 차 선두에 올라섰다. 박채윤은 긴장감이 밀려온 듯 14번과 17번홀에서 보기로 타수를 잃었고 이정민은 남은 홀을 차분하게 파로 마무리해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2부 투어 상금랭킹 13위에 올라 올 시즌 정규투어에 데뷔한 박채윤은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매서운 샷 솜씨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박결은 이날만 6타를 줄여 공동 2위로 프로 데뷔 최고 성적을 내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또 다른 루키 지한솔(19·호반건설)도 5위(7언더파)로 톱5에 들었다.
올해 삼천리 투게더 오픈과 일본 투어 살롱파스컵에서 1승씩을 거둔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공동 6위(6언더파), 가장 먼저 시즌 2승을 올린 상금랭킹 1위 고진영(20·넵스)은 공동 13위(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이정민은 "초반 박채윤이 너무 잘 쳐서 당황했다"고 웃으며 말한 뒤 "생각보다 첫 승이 일찍 나왔는데 대회마다 스스로 생각한 기술적인 목표를 이뤄 나간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