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006년에 거는 재계의 기대

연초 주요 경제단체장의 신년사를 살펴보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대목이 기자의 눈길을 확 끌었다. 올해에는 반드시 한국에서 ‘반기업정서’가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재계가 수년간 싸워왔던 반기업정서가 해를 거듭할수록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나빠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연초부터 그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실제 지난해 말 한 경제단체의 조사결과 국민들의 ‘반기업정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노력으로 다소 개선됐다지만 부자와 기업 오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한 최고경영자(CEO)는 “반기업정서란 실체는 없이 막연하게 ‘있는 자’에 대한 증오 같기도 하다”며 “기업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과거의 잣대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반기업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기업 규제를 없애겠다고 하지만 쉽게 없애지 못하는 것도 기업들을 원천적으로 믿지 못하는 관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난해 삼성 X-파일이나 두산그룹 오너간 분쟁 등 숱한 악재가 터져나와 반기업정서 확산에 일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재계의 투명경영이나 윤리경영도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비판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내수침체와 고유가 등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다. 삼성전자는 1억원대의 휴대폰을 판매했고, LG전자는 유럽ㆍ북미 가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100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전세계에 수출했고, 포스코는 중형차 3,0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3,000만톤)의 철강을 생산해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를 누비면서 이제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도 어느 나라 못지않을 정도다. 반기업정서는 물론 기업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기업 외부 환경 탓도 결코 만만치 않은 듯하다. 기업가가 존경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올해가 반기업정서 해소의 원년으로 기록되기를 새해를 맞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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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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