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파격 대할인! 현금 일시불로 K모델(지난해 내놓은 차량)을 구입하면 최대 300만~400만원까지 깎아드립니다.’ 최근 서울 강남 압구정동 A아파트 단지에 뿌려진 홍보 팸플릿에 굵직하게 쓰여 있는 문구다. 언뜻 백화점의 여름맞이 할인대잔치 행사 홍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일본계 수입차 업체 딜러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다. 과거 일부 고소득 부유층이나 특권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수입 외제차’가 대중과의 거리를 급속히 좁히면서 어느덧 아파트단지까지 파고들고 있다. 시장 점유율 4% 돌파와 함께 이제는 수입차가 ‘그들만의 차’가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급차’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이들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 구석구석까지 점포망을 넓히고 인터넷ㆍ스포츠ㆍ문화활동 등과 연계한 전방위 마케팅을 벌이면서 ‘외제차를 타는 지역과 계층’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수입차 업체의 한 딜러는 “서울과 수도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그동안 소홀히 취급했던 지방 고객을 겨냥해 중소도시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3월 전남 광주시에 300평 규모의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경기도 일산과 수원ㆍ인천 지역에도 순차적으로 전시장을 열 계획이다. 혼다코리아도 올해 분당을 시작으로 오는 2007년까지 인천과 대전ㆍ광주 지역에 딜러 및 서비스점을 확충하기로 했고 푸조 역시 올해 안에 대구와 광주ㆍ창원 등 3개 지역에 딜러망을 추가할 예정이다. 수입차 가격이 ‘국산차 뺨치는’ 2,000만~3,000만원대까지 낮아지자 ‘20~30대 젊은 층’이 새로운 구매계층으로 등장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의 외국계 컨설팅회사로 매일 출퇴근하는 김모(34ㆍ여)씨는 최근 포드의 2,000㏄급 중형 세단 ‘몬데오’로 차를 바꿨다. 그는 “국산차보다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이어서 선택하게 됐다”며 “멋진 차를 몰면서 매일매일 출퇴근한다는 생각에 과감해질 수 있었다”고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30대 이하 젊은 층의 수입차 구매대수는 2003년 5,634명에서 지난해에는 7,278명으로 40%나 급증했다. 또 이들이 주로 구입하는 3,000㏄ 이하 중소형 차의 비중도 2004년 56.3%에서 7월 말에는 65.4%로 높아졌다. 당연히 20~30대를 겨냥한 마케팅도 불을 뿜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4월 출시한 스포츠카 ‘V50’의 홍보를 위해 한국MS사의 차세대 게임기(Xbox 360)를 달고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명동을 비롯, 전국을 순회하는 로드쇼를 벌이고 있다. BMW는 지난해 수입된 프리미엄 소형차 ‘미니’가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하자 이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파티와 패션쇼 등을 수시로 연다. 명품 구입이나 각종 공연 관람, 푸짐한 경품 등 ‘특별대접’을 받을 수 있는 ‘멤버십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이다. 한국닛산은 최근 266돈(약 1㎏)에 달하는 순금을 경품으로 내걸고 ‘VI’이라는 멤버십 카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벤츠코리아는 ‘메르세데스 카드’를 앞세워 고객들이 명품 구입이나 차량정비 등 서비스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수입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들이 수입차를 좀 더 대중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강좌나 젊은 층을 겨냥한 골프교실, 심지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 교실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