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뒷통수 친 가스요금

2일 오전 11시30분. 지식경제부 기자실에'5월1일부터 도시가스요금 인상'이라는 보도자료가 날아들었다. 기자실이 술렁거렸다. 공공요금이 사전 시그널도 없이 갑작스레 올랐다는 점에서 기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 5시. LPG업체 E1은 5월부터 LPG가격을 ㎏당 69원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이는'없던 일'이 됐다. 지난 28일 역시 LPG 값 인상을 밝혔던 SK가스도 부랴부랴 인상을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주변에서는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이 흘러 나왔다. 가스요금을 놓고 지경부의 '뒤통수 치기' 정책 발표가 도마에 올랐다. LPG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가면서도 잡은 마당에 도시가스는 슬그머니 올린 '이율배반'적인 모습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높은 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가스요금을 인상 해 놓고 태연자약하게 하루 뒤 발표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난주 금요일 인상 결정이 나는 바람에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정작 지난달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수출동향은'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발표한 것을 놓고 볼 때 주말을 핑계로 요금인상을 늑장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어찌 보면 시민들은 오른 가스요금 보다 이 같은 정부의 처사에 더 화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지경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친절하게'도 이번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일반 가정은 월평균 1,130원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특히 이날 공교롭게도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를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4.2% 오르면서 일단 급등세가 진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지경부가 도시가스 요금 인상 자료를 미리 배포했을 경우 물가 앙등의 주범으로 찍힐 우려가 있어 일부러 늑장 발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더구나 올해 초 정부는 전기ㆍ도시가스ㆍ우편 등 공공요금의 경우 소관 부처의 책임하에 상반기에는 동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경부는 스스로 이를 어긴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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