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소같은 여자에서 180도 변했죠”

영화 ‘친절한 금자씨’ 주인공 이영애<br>“이미지 변신은 배우가 가진 매력<br>원없이 연기한 것 충분히 만족해…”



이영애는 관객을 배신했다. 언제나 ‘산소 같은 여자’일 것 같던 그녀가, 짙은 화장을 한 채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했다. 화장품을 들던 그녀의 손에는 섬뜩한 권총이 쥐여졌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의 애간장을 녹였던 세침한 이미지 변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친절한 금자씨’ 개봉(29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이영애를 만났다. 그녀의 손에는 노란색 표지를 두른 수첩이 쥐여져 있었다. 자신을 이야기한 모든 기사를 읽어보고, 기자들이 던진 중요한 말을 담아 꼼꼼히 적어놓는단다.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그녀와, 살짝 긴장한 기자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배우 이영애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 ▦비판이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다. 내 스스로 원 없이, 열심히 연기했다는 데 만족한다. 이제까지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다. 내가 즐겼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영애를 위한 영화’라고까지 치켜세우는데. ▦감독님의 립서비스다. (웃음) 함께 일하면서 얻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게 아닐까? 시나리오 작업할 때부터 감독과 인물 메이킹을 함께 했다.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소화시켰다. -지난 10년간의 이영애 이미지를 완전히 전복시켰는데. ▦변신은 배우가 가진 매력이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건 나중 문제고, 내 스스로가 무척 재이있었던 작업이었다. 마지막 장면의 추한 모습은 시나리오 상에 ‘금자의 가장 괴기스러운 모습’이라고 써 있는 그대로 했다.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다 보니 나온 자연스런 이미지다. -툭툭 내뱉은 말투가 인상적이다. ‘너나 잘 하세요’ 같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 금자가 내뱉는 욕설이 어색하다고도 하는데, 사실은 그게 컨셉이다. 금자 스스로가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은 충분히 의도적이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오히려 집중하기 어려운, 촬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다시 봐도 놀랍고 재미 있다. -그 동안 배우 이영애는 관객들과 한 발 떨어진 게 사실이다. 일종의 신비주의인가. ▦얼마 전 ‘관객과의 대화’에서 “하루에 몇 끼 드세요?”란 질문을 받았다. ‘이 정도로 팬들과 떨어져 있었나’란 생각에 새삼 놀랐다. 돌아보면 나도 지금 신인들이 거쳐가는 과정을 다 밟았다. TV 스타다큐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생활도 공개했고 인터뷰도 많이 했고, 신인 이영애를 알리기 위해 이런저런거 다 했다. CF가 보여준 우아한 모습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일부러 신비주의 전략을 쓴다거나 애써 망가지진 못하겠다. 대중의 기호만 따라가면 결국 어떤 대중에게도 맞추지 못하니까. -TV, CF, 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데. ▦드라마는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해 준다는 매력이 있다. 낙도 오지 할머니까지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한다는 건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이다. 연기를 깊이 파고들 욕심은 역시 영화에서 찾는다. 사실 장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는 게 우선이다. -배우생활이 벌써 10년째다. ▦95년 드라마 ‘사랑과 결혼’이 연기자로서 첫 작품이었다. 아쉬운 거야 많지만 어쩌겠나. 돌아보면 원없이 했다고 생각한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10년을 보냈으니 후회는 없다. 나이를 드니 더 둥글둥글해졌다고 할까? 보는 눈이 더 깊어지고 넓어진 것 같다. 그래도 20대때보단 연기는 좀 늘지 않았나. 그때보다 못하면 그만 둬야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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