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자녀나 배우자 명의로 예금통장을 관리하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금융기관을 자주 방문할 수 없는 배우자를 대신해서 주로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고 자녀학비마련, 증여 등의 목적으로 자녀이름의 통장을 만들어 투자하기도 한 것이다. 특히 자녀 명의로 펀드에 투자할 때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6학년 자녀를 둔 이 모(42) 씨의 경우를 살펴 보자. 이 씨는 자녀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다른 엄마들의 말을 듣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아이들의 유학자금마련 목적으로 적립식펀드를 가입하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읽은 신문에서 아이들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증여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봤다. 이 경우 과연 이 씨도 증여신고를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씨는 증여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녀의 학비를 내주는 것은 세법상 증여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법에서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축의금, 혼수용품 등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녀의 학비마련이나 결혼자금 마련 등의 목적으로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에 증여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물론 이때에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증여 신고하지 않은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이다. 차명계좌에서 발생된 금융소득은 본래 소유자인 이 씨의 금융소득이지만 자녀명의로 원천징수 되다 보니 본인의 소득세 신고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씨와 자녀명의의 금융소득을 합산해도 4,000만원이 넘지 않는다면 실제로 덜 낸 소득세가 없으므로 괜찮다. 하지만 자녀의 신혼집 마련을 목적으로 자녀 명의 계좌에 투자하는 안모(53) 씨의 경우는 다르다. 안 씨는 나중에 아들이 결혼할 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옆 동에 신혼 집을 사줄 목적으로 자녀 명의 펀드에 가입했다. 이 경우 자녀명의로 된 부동산 취득 등 재산형성이 목적이라면 증여신고를 해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단순히 계좌가 개설되었거나 자금을 입금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인정받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증여신고 없이 가입한 자녀명의 펀드가 오랜 시간이 흘러 평가금액이 크게 증가해 그 돈으로 자녀 명의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과세당국은 당초 입금액이 아닌 늘어난 평가액을 증여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펀드에 불입해 5년 후 평가금액이 5억 원이 됐고 이 환매대금으로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 경우를 가정해 보자. 만약 안 씨가 미리 3억 원에 대해 증여신고를 해두었다면 펀드 수익금에 대해 추가로 세금을 물리지는 않으므로 3억 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고 아들명의로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증여신고를 해두지 않았다면 당초 입금액인 3억 원이 아니라 향후 아들이 아파트를 사는 시점에 아파트가액인 5억 원으로 증여세를 내야 하므로 불리하다. 따라서 자녀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 학자금 등의 사용목적인지, 실제 증여를 통한 재산 형성이 목적인지 가입목적을 잘 따져 신고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