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총리카드’로 불거진 열린우리당내 영ㆍ호남파간의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영남 배려책이 ‘호남 홀대론’으로 비춰지면서 양측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우선 영남권 인사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당의 영남 출신인사들이 전국 정당화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분아래 당내에 ‘영남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가 지난 26일에는 노 대통령의 측근인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당선자가 뒤늦게 원내 부대표에 선임됐다.
영남지역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정책위원회 산하에 ‘원외정책위원회’를 별도로 만드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사실상 원내 활동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영남지역을 각별히 배려하기 위한 포석이다.
26일 발표된 검찰인사를 놓고도 당내에선“호남이 물먹었다는” 등 이런저런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핵심요직을 영남출신이 차지하고 고검장과 검사장 자리마저 부산ㆍ경남(PK)출신이 대거 중용됐기 때문이다.
일부 호남출신 인사들은 이 같은 영남권의 움직임에 호남지역을 대놓고 푸대접하는게 아니나며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해 50명 정도에 이르는 호남 인맥 중 절반 가까이가 내심 김혁규 총리 지명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남권 출신의 한 인사는 “대통령의 전국정당화가 당이 나아갈 방향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영남인사를 전진 배치한다고 해서 쉽게 이뤄질 수 있겠냐”면서 “오히려 지역간 갈등만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영남권 인사는 “우리당의 총선 승리는 사실상 노 대통령 덕택”이라면서 “마치 자기들 힘으로 의원이 된 것처럼 좌충우돌하고 중구난방격으로 떠들고 우쭐대고 있는 모양이 한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의‘영남 배려’발언 이후 터져나온 것들이라 향후 당내 세력판도 변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리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지역간 세력 결집이 자칫하면 당내 지역 갈등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과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상범기자 ss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