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오호근 기업구조조정위원장

/대담=崔性範금융부장국내 기업구조조정의 한축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해 온 오호근(吳浩根) 기업구조조정위원장. 최근 대우 해외부채 협상까지 무난히 마친 그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구조조정 집도의」다. 그러나 吳위원장에게는 새로운 일 하나가 또 기다리고 있다. 대우 계열사들의 매각작업을 포함한 구조조정 작업을 책임지는 이른바 「대우구조조정위원회」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 매각작업도 결국 그에게 남겨진 숙제다. 吳위원장은 국가경제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대우자동차 처리와 관련해 『일부에서 해외매각과 국내업체 매각 중 어느게 좋은가라는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다』며 『대우차 매각은 시급한 사안이며 무조건 기업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吳위원장은 또 『대우차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부품업체들이 죽는다는 것도 기업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국내 부품업체들과 자동차회사간의 먹이사슬 관계를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_대우차 회장으로 가는가. ▲맞다고 할수도 아니라고 할수도 없다. 12월말로 구조조정위원장을 그만두고 봄부터는 개인일을 할 생각이었다. 연초에 대우차 회장에 대한 간단한 의사타진이 있었다. 해외부채의 타결이 긴박해 그 이후 생각키로 했었다. 회장이라고 알려졌는 데 소위 말하는 재벌그룹 회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대우차의 경우 자동차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5개 기업이 걸려있다. 예를 들어 대우통신은 외형의 3분의2를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다. 한틀로 보아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 대우차 회장으로 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우 구조조정 전담기구를 만들고 책임자로서 한시 계약을 통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식의 이사회 의장(체어맨) 형태가 한 예다. 회장이란 것은 의미가 없다. 경영전반을 책임지는 CEO는 절대 하지 않는다. _대우자동차 처리는 어떻게 하는게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위험한 사고방식이 있다. 언론에서도 매각을 해외매각과 국내사업자간의 흑백의 문제로 몰고간다. 인수자로서 어디가 좋은가에 대한 판단의 근거는 합리적 기업논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정서적 논리가 아닌 어느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가를 따져보아야 한다. 외국국적의 주주회사(자동차회사)가 한국에서 활동해 한국업체보다 더 활발하고 부품을 더 조달하며 영업수익을 더 낸다면 어느쪽을 택할 것인지는 간단하다. 지명도 있는 일부 학자들이 외국업체가 들어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3류 하청업체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맞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들을 못들어오게한다고 해서 그 상황보다 좋아진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 자동차산업은 이제 우리가 문을 열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외국업체에 대한 매각은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차라는 방대한 조직을 어떤 형태로 활성화시켜 살아가느냐가 문제지 인수자의 주주가 어디냐는 중요치 않다. 물론 국내 기업에게도 동등한 대우가 주어질 것이며, 기업논리에 따라 어느기업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가 기준이 될 것이다. _입찰이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가. ▲방대한 작업이다. 질적비교와 양적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양적문제는 가격이고 질적인 면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갖고 있는 전략의 성공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의 매각을 토목공사하듯 해서는 안된다. _금액 또는 종업원 등 전략적인 측면에서 희망자들을 평가한다면. ▲GM이 가장 열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GM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포드는 한달만에 인수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포드가 진심으로 인수하고 싶은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러나 통념적으로 경쟁이 낫다. _얼마에 파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나. ▲단순히 입찰금액의 문제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금액이라는 양적인 요인만을 고려해선 곤란하다. 자동차산업에의 기여도, 고용효과 등 질적인 변수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금융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국민의 희생을 줄이는 일이다. 고용효과와 채권단 회수율 등을 종합 평가해야 한다. 매각당사자는 채권단이 아니라 대우자동차가 돼야 한다. 자기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당사자가 돼서는 안되며 채권은행은 승인만 하면 된다. _쌍용자동차 처리와 관련해 대우차와 일괄매각이 나은가, 아니면 별도매각으로 처리하는게 좋은가. ▲GM도 쌍용차에 흥미를 갖고 있다. 독자매각을 원하는 것은 다임러크라이슬러(벤츠)다. 독자매각과 일괄매각했을 때의 차이는 이론적으로는 독자매각이 가격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독자매각을 할때 큰 것(대우차)이 안될 수도 있다. _대우차를 해외에 매각했을때 부품업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GM이 인수한다고 해서 부품업체가 죽는다는 것은 기업 논리에 맞지 않다. 국내에 과연 자동차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큰 소리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자동차업체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 자동차회사와의 먹이사슬에 젖어있는 업체들의 논리다. _대우차 매각은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급박하다. 우물거리면 안된다. 해외법인들은 은행들이 한도도 설정해주지 않아 비명을 지른다. 상반기안에 원칙적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_대우 해외부채 협상이 39~40% 수준에서 타결됐다. 내심 생각했던 목표는. ▲대우 주력4사의 평균 회수율이 40%는 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일부에서 ㈜대우의 바이아웃 비율(회수율)과 관련해서 혼동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당초 해외채권단에 18~20%를 제시했는데 왜 갑자기 32.3%까지 올라갔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오해다. 당초 제시한 20%는 국내 본사 차입금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여기에 현지법인의 차입금은 제외돼 있었다. 현지법인의 차입금은 대우 전체 여신의 70%를 차지한다. 해외법인은 자체가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본사와 해외법인을 합산해 회수율을 적용하다보니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처럼 보인 것이다. _해외부채 협상과 관련해 남은 문제와 절차 등은. ▲해외부채 협상에 임한 운영위원회가 법적 대표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참석한 9개 운영위원회 멤버들이 여타 채권금융기관들을 설득해야 한다. 2월중 채권등록을 받은 후 90% 이상 찬성을 얻으면 된다. 90%에 미달돼 85% 수준에 머물더라도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전적으로 채무자인 한국측 권리다. 바이아웃에 따른 돈의 지불은 3월 하순 이후가 될 것이다. _해외채권단 협상으로 대우 워크아웃의 큰 걸림돌이 해소됐다. 그러나 국내 채권금융기관 사이에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투신과 보증보험 사이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1일부터 협상에 임해 10여 차례 테이블에 앉았다. 협상에 임하면 중재자의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양측이 한마디로 기본자세가 안돼 있다. 협상을 끝까지 결론내지 못했을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증보험과 투신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만하게 경영한데 대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 _워크아웃 업체에 대한 대략적인 성적이 나왔고 이제 가닥을 잡은 것 같은데. ▲큰 부분은 가닥이 잡혔다. 다시는 예전의 대량부도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또 종전처럼 한달동안에 워크아웃에 몇개 기업이 동시에 들어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워크아웃은 원칙과 방법론이 정립됐다. 자율관행으로 정착됐고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큰 틀을 마련했다. _워크아웃과 함께 구조조정의 한 축을 이루었던게 빅딜이다. 그러나 실제 내용면에서 진척된 것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빅딜은 발생부터가 기업논리에 맞지 않는다. 빅딜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에 대해 기업·정부·금융기관, 그 누구도 명확히 밝히는 사람이 없다. 빅딜은 적정한 자산을 해당기업들이 이관해 잘 될수 있는 사업으로 재편할때 금융기관이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은 모든 부채를 다 털어버려(이관해) 무조건적으로 금융기관에게 출자전환을 해달라고 떼를 쓴다. _빅딜 대상업종별로 평가한다면. ▲빅딜의 상당부분은 이제 사업구조조정위원회의 권역 밖으로 나갔다. 한국중공업으로 이관되는 발전설비의 경우, 대상자산을 인수한 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 순서인데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유도 타결은 됐지만 중복설비를 해소하고 사업구조를 능률화하는 목적이 선명하지 않다. 항공도 1년이상 됐는데 이제서야 해외투자자들의 제안서를 받고 아직도 껄끄러운 일들이 남아있다. 철도차량은 통합회사의 주주간 이해상충 때문에 질질끌고 있다. 서로 합의를 보았으면 유효해야 하는게 그렇지 못하다. 유화는 심각하다. 삼성과 현대 등 해당업체들은 생각도 없는데 누가 주장했는지 모르겠다. 방법도 검증되지 않았다 . 정리=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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