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모 초등학교 앞. 비는 거의 내리지 않는데도 덩치에 비해 큰 우산을 든 학생부터 비옷에 장화ㆍ모자ㆍ우산 등으로 중무장(?)한 어린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비 오는 날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학생들의 과도한 차림새에는 '방사성 비'에 대한 우려가 묻어 있다.
이날 학교 앞에는 자녀를 승용차로 등교시키는 학부모가 유난히 많았다. 딸 아이를 교문 앞에 내려준 송모(33ㆍ여)씨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걱정이 돼 아이를 출근길에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줬다"며 "체험학습 간다고 하고 결석시킨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엄마가 아이를 (학교에)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등교시키기는 했지만 휴교하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개운하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방사성 비에 대한 학부모의 불안감에 재량 휴교나 단축수업을 실시한 경기도에서는 유치원 84곳, 초등학교 41곳, 중학교 1곳이 휴교했고 각각 6곳, 20곳, 17곳이 단축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상수업을 실시한 서울지역에서는 방사성 비를 이유로 결석한 학생은 많지 않았다. 서울 이대부속초등학교 채제숙 교감은 "방사성 비 때문에 결석을 하거나 하겠다고 통보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며 "아침 등교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유치원 및 초ㆍ중ㆍ고교에 내려보냈다. 시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비나 황사가 올 경우 야외학습을 자제하고 학생들에게 우산이나 우의를 지참하도록 지도하라' '개인 위생지도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도록 지도하라' 등의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또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방사능과 관련된 추가 교육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휴교는 교육과학기술부나 기상청 견해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는 인체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니 허용할 계획이 없다. 기상이 악화되면 추가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휴교령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글이 쇄도했다. 한 학부모는 "아무리 인체에 해가 적다고 하지만 방사선이라는 것이 아주 소량이어도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알고 있다"며 "자기 우산 하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아이들인데 굳이 학교를 보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학부모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앞으로 비가 올 때마다 아이를 결석시켜야 하는 것이냐"는 고민부터 방사능 수치의 의미나 인체 영향 정도 등 방사능 비와 관련된 문의 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