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ㆍ용산 등 이른바 인기지역에서 대형-중소형, 신규-기존 아파트 가격 차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공급 없는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이 낳은 역효과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재건축 규제 강화로 강남권, 특히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꽁꽁 묶어놓다 보니 수급불균형을 예상한 여유층들이 인기지역 인기단지의 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고 있고 차별적 집값 급등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여유층들이 정부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부담을 늘리자 1주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강남권 등 요지의 대형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품귀 기대감이 가격 올린다=대치동 지역 아파트 1만6,470가구 가운데 40평대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는 6,149가구로 37% 수준. 50평형대 이상은 2,102가구로 비율이 7.8%로 떨어지며 60평형대 이상은 전체의 3.5%에 불과한 581가구에 그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소에 나오는 대형 아파트 매물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단지별로는 1건의 매물조차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는 게 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 지역 D공인의 한 관계자는 “나와 있는 매물들조차 집주인들이 적극적인 매도의사를 가진 경우는 드물다”며 “한번 높은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면 웬만해서는 그 이하로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곡동은 대치동보다 중대형 평형의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전체 1만4,313가구 가운데 40평형대 이상의 중대형 비율이 47%인 6,740가구에 이른다. IMF 이후 지어진 대형 주상복합이 밀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곡동 전체 50평형대 이상 아파트 4,365가구의 절반이 넘는 2,339가구를 타워팰리스 1~3차가 차지하고 있다.
도곡동 T공인 관계자는 “타워팰리스를 제외하고 나면 도곡동 역시 새로 지은 대형 아파트가 한정적”이라며 “반면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층의 관심은 정부 규제 강화 이후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강남권이라도 대형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중소형 아파트 보유자들은 오히려 제때 집을 팔지 못하거나 집을 팔게 되더라도 새로 살 대형 아파트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강남권 대형 평형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형-대형간 가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늘어 아예 ‘평수 늘리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치동 W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31평형에서 단지 내 41평형으로 늘리려고 계획했지만 갑자기 41평형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포기했다”며 “앞으로 가격차가 더욱 벌어지면 집 늘리기는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ㆍ대형 아파트 차별화 더욱 커질 듯=전문가들은 인기지역의 신규ㆍ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 추세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ㆍ2 당정협의 과정에서 논의됐던 재건축 사업가능 연한 강화가 현실화하면 당분간 강남권 신규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중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이 이뤄지더라도 재건축 소형ㆍ임대아파트 의무건립비율 확대, 개발부담금 부과, 용적률 하향 조정 등으로 대형 아파트 공급은 고사하고 기존 아파트 평형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도 강남권 대형 아파트의 희소가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기-비인기지역간 차별화 못지않게 강남권 내에서도 인기단지와 비인기단지, 대형-소형 아파트간 차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판교 신도시 등 요지의 택지개발사업에 공영개발 방식을 도입, 중대형 아파트 물량 중 상당수를 임대물량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도 강남권 여유층들의 수요가 강남권 대형 아파트로 몰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정보제공 업체 관계자는 “청약제도 자체를 무주택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상황에서 강남권 투자자들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강남권 대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