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및 자금세탁, 뇌물수수 사건 등이 연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금융회사에 거액의 현금을 예치하겠다면서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기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 안양지역에 있는 농협의 한 점포에 신원미상의 남자가 찾아와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 약 3조원 중 2,000억원을 예치하겠다는 `이상한 거래`를 요청했다. 이 남자는 대신 농협측이 자신이 예치하기로 한 현금을 확인하는 기간 동안 현금보관증 형식으로 인수증을 발급해 주면 그 대가로 예치금액의 5%인 100억원을 수수료로 지급하겠다고 제의했다. 농협측은 이 남자가 거래를 제의한 예금금액이 상식적인 규모를 크게 넘어선 데다 인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등 수상한 점이 많다고 보고 금융당국에 즉시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거래가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사기 또는 불법행위와 관련한 자금세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각 은행에 주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거액의 현금보관증(인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최근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이 같은 금융사기가 고개를 드는 것 같다”며 “각 금융회사에 관련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주의사항을 전달해 유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자금세탁방지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이 불법적인 자금세탁에 이용되지 않도록 거래형태나 정황 등을 고려해 의심이 가는 자금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