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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글로벌 증시 'Let it go'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이사


"다시는 우는 모습 보이지 않을 거야. 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거든.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 Let it go. Let it go…" 요즘 인기 절정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주인공 엘사가 부르는 주제곡 'Let it go(이제 그걸로 됐어)'이다. 타임지가 선정한 지난해 최고의 영화이자 디즈니 영화 중 역대 최고의 흥행작이라고 한다. 어린이들만 보던 애니메이션에 어른들까지 흥분하는 까닭은 높은 음악성과 그 음악에 스며든 삶의 이치가 가슴을 울린 것이 아닌가 싶다.


겨울왕국의 주제곡을 들으면서 문득 지금의 글로벌 증시가 떠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엘사의 노래처럼 '감추고,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되는' 그런 비밀을 사실 일부 신흥국들이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신흥국은 경제성장 잠재력에 대한 화려한 칭찬과 높은 평가에 가려 문제점들이 감춰지고 무시됐다. 그런데 지난 1월 미국의 테이퍼링 가능성으로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외환시장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등 노랫말처럼 "그런데 이제 모두 알아버렸다(Well, now they know)"가 된 것이다. 사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본질은 미국이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풀었던 유동성을 축소하는 정책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불똥이 미국이나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으로 튄 것이다. 궁극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들 것을 예상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혹은 이동할 것으로 우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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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로벌 증시가 테이퍼링 쇼크를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신흥국의 '금융 경련(Financial Spasm)'을 스스로 체력 강화를 통해 바꾸는 것이다. "이제 내가 뭘 할지를 보여줄 시간이야, 한계를 시험하고 뚫고 지나가야겠어"라는 Let it go의 가사와 같이 과거 한국이 한 것처럼 일부 문제가 된 신흥국이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세계경기를 선도하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확인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 미국 경기의 흐름은 실망스러웠다. 고용지표, 제조업지수, 자동차판매 등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해 시장의 충격이 컸다. 그러나 이런 경제지표의 부진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고용지표와 제조업지수가 예상치를 밀돌았지만 한파 등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며 재닛 옐런 신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한 스탠스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옐런 의장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경제전망에 중요한 변화가 생기면 테이퍼링을 일시 중지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시장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추위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거든. 과거는 과거일 뿐이니까"라는 노랫말처럼 이제 겨울왕국이 물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몇 번의 꽃샘추위가 더 있을지 모르지만 Let it go를 글로벌 증시에서도 불러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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