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연금 가입자 관리 엉망

「언젠가는 국가경제를 뿌리째 흔들어 버릴 수 있는 국민연금을 시급히 수술대로 보내야 한다」전국민연금시대가 열린지 1년이 지났지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연금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연금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큰 데다 연금정책이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다시말해 국민들은 매달 꼬박꼬박 「떼인」 돈이 어떻게 잘 보존될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다 불안한 정치-사회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와함께 최근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현역 국회의원 120여명 조차 가입대상자임에도 불구 1년이 넘도록 국민연금 가입을 외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의 가입자 확대노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시책을 결정하고 리드하는 사람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냉대와 무관심」이 지경이란 점을 고려하면 국민들의 정서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입자관리의 문제와 함께 국민연금이 부실운영에 대한 경고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경제의 점검을 위해 방한한 세계은행(IBRD) 관계자들은 산적한 경제현안을 제쳐놓고 느닷없이 국민연금 부실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대1표적인 예다. 재벌개혁이나 기업구조조정 같은 얘기를 할 것으로 짐작했던 정부 관계자들이 치부를 들킨 듯 당황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당시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한국의 연금제도에 대해 ▲연금부채의 증가 ▲높은 갹출부담 ▲국가기관의 기금운영 독점 ▲연금제도의 일관된 규칙상실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당국이나 연금공단에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체적인 대안 보다 「문제없음」만 강조, 체납액이 어느정도인지 구체적인 수치 조차 밝히기를 꺼려해 국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경련도 지난해 세계은행 권고와 비슷한 안을 내놓았다. 지금의 연금구조로는 「유리지갑」인 직장인들만 손해보기 때문에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이 국민연금을 많이 탈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소득비례 체계와 관련 ▲소득에 따라 일정한 비율의 보험료를 납부하되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해 민간금융 기관의 자유로운 예탁을 허용하고 ▲금융기관간 자유로운 자금이동을 허용해 경쟁구도로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제안을 했다. 또 연금구조를 전국민이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부문」과 소득에 따라 추가적으로 가입토록 하는 「소득 비례부문」으로 분리운영안도 내놓았다. 이것은 자본시장을 활성화 하고 「공-사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학계 일부에서는 연금운영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칠레의 해법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은행도 전세계 모든 부과방식의 연금제도는 거의 비슷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진다면서 대안책으로 칠레의 「개인계좌적립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남미의 국가들은 대부분 칠레와 유사한 연금개혁을 단행했고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동유럽 등에서도 개인계좌 적립방식의 연금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약」이라는 식으로 일관할 경우 국가경제를 뒤흔드는 일도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해 11월 기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외형-제도적 변화가 공단의 투명성을 어느정도나 제고할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박상영기자SANE@SED.CO.KR 입력시간 2000/05/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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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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