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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임박한 가운데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특히 이번 퇴출 대상에 자산 2조원 이상 대형사들이 포함되면서 종전 구조조정 당시보다 훨씬 큰 파장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다른 저축은행들에까지 뱅크런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전국의 90여개 저축은행에 뱅크런 발생시 대비책을 담은 '비상상황 발생시 시장안정화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관심 단계' ▦취약 저축은행에 뱅크런이 일어나는 '경계 단계' ▦우량 저축은행으로 뱅크런이 확산되는 '심각 단계' 등 3단계별 대응전략이 담겼다.
관심 단계에서는 수신 증대, 대출 회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적정 유동성을 보유할 것을 권고하고 유동성 비율을 수시로 점검한다. 경계 단계에서는 중앙회가 전국 저축은행에 직원을 파견해 현장 지원하며 뱅크런이 일어난 취약 저축은행에 중앙회가 즉시 유동성을 공급한다.
심각 단계에서는 자금 부족에 대비해 중앙회가 크레디트라인(외부차입)을 즉시 가동해 뱅크런 저축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중앙회는 또 금융감독원의 권고사항이라며 실가용자금 비율(총 예수금 대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20% 이상 유지하라고 독려했다.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저축은행의 실가용자금 비율은 21.5%, 자금 총액은 11조6,000억원 규모다. 중앙회도 자체자금 1조5,000억원과 외부 크레디트라인 1조8,000억원 등 총 3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유사시에 풀 수 있도록 대비 태세에 들어갔다.
중앙회는 또 취약 저축은행의 유동성 확보와 자구노력을 돕기 위해 중앙회 내에 대출채권 사이버매매시장인 'MPLS(Market Place for Loan Sale)를 개설하기로 했다. 부실 위기에 빠진 저축은행이 대출채권을 다른 우량 저축은행에 팔아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대출채권 매각에 나선 저축은행이 '낙인효과'로 뱅크런 사태에 빠지지 않도록 매매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는 저축은행 예금 거래자의 예금을 담보로 다른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예금담보대출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말 영업정지가 유예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
이들 4곳 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원, 거래자는 100만명에 달한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적기시정조치가 유예 중인 5개 저축은행에 예금자 1인당 보호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을 보유한 사람은 5월 현재 1만4,000명이며 이들의 예금 규모는 7,789억원이다. 1인당 평균 5,540만원을 예금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대규모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예금자들이 5,000만원 초과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들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는 약 3,900억원(2011년 12월 말 기준), 계열사를 포함할 경우 5,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후순위채 보유자들은 대부분의 돈을 떼일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의 보완자본으로 인정 받는 후순위채는 이름 그대로 상환순위가 일반 채권에 비해 밀려 상환비율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