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선보이는 ‘슈렉2’는 개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멋진 왕자님과 예쁜 공주님’이라는 ‘디즈니’ 다운 신화는 이미 전편에서 완벽히 깨졌다. 남은 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또 다른 동화 속 전설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슈렉과 피오나 공주는 피오나의 부모인 ‘겁나 먼(far far away) 왕국’ 왕과 왕비로부터 초청장을 받는다. 슈렉은 피오나 부모가 자신에게 실망할까 걱정하지만 피오나의 재촉에 못 이겨 왕국으로 향한다.
험한 길을 헤치며 왕국에 도착했지만 슈렉을 본 피오나 부모의 표정은 일순간 싸늘해진다. 여기에 ‘요정 대모’가 자신의 아들 ‘프린스 차밍’을 피오나와 결혼시키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왕에게 협박하면서 슈렉의 운명은 기로에 놓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슈렉 커플은 해피 엔딩을 맞는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편이 ‘디즈니의 신화’를 조롱했다면 이번엔 영화 자신의 태생지인 ‘할리우드’를 마음껏 풍자한다. 전편보다 훌륭한 결론을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감지한 ‘슈렉 2’의 승부수는 각종 영화적 장치. 새로운 등장 인물인 ‘장화 신은 고양이’가 그 예. 한없는 귀여움과 독기어린 표정을 마음껏 넘나드는 그를 보고 웃지 않을 관객은 없다. ‘미션 임파서블’ ‘터미네이터2’ 등을 패러디한 장면부터 ‘스타벅스’ ‘베르사체’ 등을 비튼 ‘짝퉁’ 브랜드까지 모두 재미를 위한 장치들이다.
결국 문제는 ‘슈렉’이 필연적으로 갖는 딜레마. 전편을 뒤엎으면 ‘디즈니의 신화’에 갇히고, 그대로 따르면 ‘전편 같은’ 속편이 될 테니. 그래도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것으로 영화는 제 몫을 해 낸다. ‘전편만한 속편’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