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1년 '가계부 쓰는 선생님'

인천 산곡남 초등교 홍성덕 교사"부모와 선생님이 먼저 솔선수범 해야죠. 아이들은 자기들이 보고 느낀 그대로 따라하게 마련 입니다" 50년대 자신의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의 노트 296권를 간직하고 있으며, 야학교사 시절이던 지난 60년 이후 41년간 가계부를 쓰고 있는 선생님. 32년간 그날 그날의 일들을 메모형식의 일기로 적어 자신만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선생님. 인천 산남곡 초등학교에는 그래서 '별난 선생님'이라는 불리는 교사가 있다. 1학년2반 담임을 맡고 있는 홍성덕(59)교사. 그는 65년 경기도 화성군 고정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이래 36년간 평교사의 길을 걸어 오고있다. "경제교육이요? 그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내가 먼저 가계부를 쓰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용돈기입장 적는 법을 가르쳐 주면 경제는 저절로 알게 되지요" '내가 먼저 하고 아이들에게 시킨다'는 것이 홍 교사의 교육 철학이다. 그는 이런 몸에 밴 청렴한 생활로 저축추진 중앙회에서 주최한 가계부 체험담 공모에서 쟁쟁한 주부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교직을 시작하면서 '민주ㆍ도의ㆍ부강'이라는 교육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6ㆍ25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지나면서 '민주'에 대한 중요성을 느껴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덕목이 되었으며,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잘살아 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절약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부강'을 교육한다고 한다. 홍 교사는 이와 함께 "최근 사회가 급속히 정보화 되며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도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면서 "정년을 2년 남짓 남겨 뒀지만 그 동안 아이들에게 '참 사람의 길'을 가르치는 것이 제일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또 그에게는 별난 이력이 있다. 우리 교육의 잘못된 점이나 사회에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신문이나 잡지 등에 주저 없이 투고한다는 것이다. 투고 횟수가 인천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긴 80년대부터 시작해 무려 700여 회에 달한다. 주요 투고 이력을 보면 우선 80년대 학교가 대형화 되며 교사간, 교사와 학생간에도 정이 없어지고 농촌의 초등학교가 폐교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글을 쓴 것을 시작해, 크리스마스 실이 아무런 용도도 없이 버려지는 것을 지적해 우표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또 최근에는 학교 옆 쓰레기소각장이 10여년간 흉물로 방치돼 있어 철거 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가 하면 새로 만든 초등학교 교과서의 서체가 바르지 못해 아이들의 '쓰기'지도에 어려움이 많다는 제언을 했다. 그는 "사회의 부조리나 잘못된 관행 등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면서 "바로잡자고 제언하면 그저 '검토해 보겠다'는 식의 성의 없는 답변만 들을 때 우리사회의 무사안일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어 서글프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교육은 교사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지식만 넣어준다고 올바르고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면서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어른들이 옳은 일을 먼저 하고 아이들의 귀감이 될 때 우리교육의 희망은 비로서 보일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사진설명 항상 웃는 얼굴인 홍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방과후 아이들과 손을 들어 하교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소년같다. 15일은 20번째를 맞는 스승의 날. 교실이 붕괴되고 교권은 땅에 떨어져 '촌지'를 우려, 휴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이들과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외롭게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들이 있기에 우리의 교육은 결코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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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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