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넘어설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 수영의 자존심’ 박태환(22ㆍ단국대)이 최상의 조건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6ㆍ미국)와 맞붙게 됐다.
박태환은 25일 중국 상하이의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준결선 1조에서 1분46초23의 기록으로 조 2위를 차지했다. 출발 후 50m에서 7위까지 처졌다가 150m부터 2위로 치고 올라와 순위를 지켰다. 전체 16명 중 4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관왕에 빛나는 펠프스와 26일 오후 7시 금메달을 다툰다.
“2, 3번이나 5, 6번 레인에서 경기하고 싶다”던 박태환은 생각대로 6번 레인에서 출발, 2레인의 펠프스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박태환 조에 이어 준결선 2조에 나선 펠프스는 박태환의 기록에 0.68초 뒤진 1분46초91의 전체 5위 기록으로 결선에 합류했다.
박태환과 펠프스의 200m 맞대결은 이번이 네 번째다. 전적은 0승3패로 박태환의 절대 열세. 2007년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펠프스가 금메달을 따는 사이 박태환은 동메달에 그쳤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펠프스가 금, 박태환은 은메달이었다. 또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는 준결선 같은 조에서 겨뤄 펠프스가 조 1위, 박태환이 조 5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으로 부활한 박태환은 이번 대회 400m에서 압도적인 금메달로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스타트와 스퍼트, 돌핀킥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다. 반면 컨디션이 썩 좋지 못한 펠프스는 지난 24일 400m 계영에서 다소 흔들렸고 이 여파로 미국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쳤다. 기분이 좋을 리 없는 펠프스는 200m 준결선에서도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지난해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펠프스라고 해도 미국 수영의 상징인 펠프스를 꺾을 경우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월드 스타’로 우뚝 서게 된다.
준결선 레이스 뒤 박태환은 “목표한 기록을 냈다. 6번 레인이면 괜찮은 것 같다”면서 “펠프스의 레이스는 제대로 못 봤다. 그렇지만 2조의 라이언 록티(미국)는 굉장한 것 같다. 긴장해야겠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말처럼 200m에는 펠프스 말고도 록티(전체 3위)를 비롯해 세계 기록(1분42초00) 보유자인 독일의 파울 비더만(2위) 등 강자들이 넘쳐난다. 펠프스와의 경쟁에만 치우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박태환의 전담팀을 운영하는 SK텔레콤 스포츠단은 박태환에게 세계선수권과 내년 런던 올림픽 성적에 따른 포상금을 주기로 이미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 전에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상금 규모는 금 1억5,000만원ㆍ은 8,000만원ㆍ동메달 5,000만원이다. 이번 대회 400m 금메달로 1억5,000만원을 확보한 박태환은 남은 2개 종목(200ㆍ 100m)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할 경우 SK텔레콤의 포상금만 4억5,000만원을 거머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