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오전 조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1935년생인 조 회장은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세가 악화해 지난 5일부터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0일 조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다가 건강 문제로 예정 귀가시간보다 일찍 돌려보내기도 했다.
검찰청사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조 회장은 0시55분께 귀가했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운 날씨에 고생시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조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1,000억원대의 차명재산을 운용하고 차명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법인세와 양도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에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검찰이 범죄사실로 추산한 탈세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배임 및 횡령 액수는 700억∼8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전체 범죄액수는 2,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세청은 효성그룹이 1997년부터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등을 내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조 회장 일가가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각종 세금을 내지 않은 의혹 등 3,652억원의 탈세 혐의를 적발, 지난 9월30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자체 수사 결과를 토대로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가법상 배임·횡령죄의 공소시효(각각 10년) 이내에 해당하는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지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장남 조현준(45) 사장 등 그룹의 주요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 방안도 검토 중이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