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泰成(언론인)세상 돌아가는 꼴을 오로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관점으로만 내려다 본다면 아마도 분통이 터져 죽을 지경이 될것이다. 세상에 가득 찬 것은 모두 거짓이며 탐욕일 것이다. 진실과 사랑 그리고 정의는 싸구려 포장에 불과하며 썩은 냄새가 세상을 덮고 있을 것이다. 바른 길은 제쳐두고 사악한 길로 나아가고 있으니 내일은 밝아오지 않고 점점 칠흑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세상 일을 바로 잡으려 피 터지게 절규하다보면 광야에 나선 예언자처럼 외로울 것이다. 우선 목이 아플것이다.
그러나 세렌게티 평원에서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하는 학자처럼 이래라 저래라 라는 주장을 걷어들인 연후에 마음을 비우고 세상 돌아가는 꼴을 살핀다면 또 그처럼 흥미진진한 일도 없을 것이다.
사자들이 떼를 지어 한마리 연약한 영양을 잡아먹는 광경을 목도하더라도 특별히 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신천지를 찾아 강을 건너는 누떼의 몇마리가 동족의 발굽 아래 밟혀 죽는 광경을 보더라도 어리석다고 비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먹고 먹히는 잔혹한 생존경쟁속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각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강자에게는 강자이기때문의 약점이, 또 약자에게는 약자이기 때문의 강점이 갖추어져 조화되고 있음을 알고는 놀라게 될 것이다.
동물을 관찰하는 사람이 동물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서도 동물들의 행동을 미리 알수 있듯이 세상 돌아가는 일도 소신, 철학, 주의, 주장 같은 「안경」을 벗어 던진다면 오히려 앉아서 천리 밖의 일을 미리 알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보는 그런 눈을 갖게된다면 누구 말마따나 정치판의 움직임은 분개하지 않고도 손바닥안에 놓아 알수 있을 것이며 경제·경영상의 여러가지 결정도 현실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작은 일을 크게 보는 잘못은 범하지 않을 것이며 내 잣대로 세상 돌아가는 꼴을 재는 어리석음도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줌의 모래로서 탁류를 막으려 들지 않을 것이며 정의를 내세워 인간본성을 징치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주의·주장의 「안경」은 세상 돌아가는 법칙을 제대로 살핀 연후에 착용해도 늦지않다. 미리 착용하면 세상 일이 모두 못마땅해진다. 모조리 쳐부수고 개조되어야 하는 것으로 비친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위해 주의·주장이 존재하는것이 아니라 내 주의·주장을 위해 세상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