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3월 25일] 반대의 패러독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돼 9부2처2청이 옮겨가면 정말 나라가 거덜나고 말까. 반대로 수정안처럼 과학교육중심경제도시가 되면 약속 번복에 따른 정부와 정치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져 회복 불능일까.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유추는 해볼 수 있다. 역사의 프리즘을 통해서 말이다. 역사는 과거의 집합이니 지난 날에 있었던 일에 비춰보면 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광우병 파동과 비정규직법 논란을 보자.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우리 축산업은 금방 무너지고 광우병으로 픽픽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2년 이상 고용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실업대란이 일어난다고 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증가를 피하기 위한 해고바람으로 100만명이 길거리에 내몰릴 것이라는 게 정부 얘기였다. 논쟁 격한 사안일수록 후유증 적어 그러나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 축산농가는 건재하다.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가 안 팔려 수입업체들이 망해 쓰러지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없는 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비정규직도 일자리를 잃기보다 정규직으로 바뀐 근로자가 훨씬 많다. 세종시도 어떻게 가닥이 잡히든 결과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광우병 파동과 비정규직 문제가 당초 우려와는 딴판의 현상으로 돼가는 이유는 처음부터 왜곡된 정보와 지식, 잘못된 판단과 통계 탓이 크다. 그래도 다른 한편으로는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바로 반대의 기능이다. 촛불시위가 옳았다는 게 결코 아니다. 이성과 과학적 근거보다 이념과 정서가 더 크게 작용한 데 따른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건강 위협 등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그것을 불식시키려는 정부의 후속조치가 잇따라 나왔다. 보완 협상이 이뤄졌고 검역과 원산지표시 강화조치 등이 취해졌다. 비정규직 문제도 전환기업 지원 등의 대책이 강구됐다. 진보ㆍ보수, 경영계ㆍ노동계 등 관점에 따라 평가는 다를 것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부작용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논란이 격렬한 사안일수록 그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세종시도 마찬가지다. 원안 쪽에서는 수정안이, 수정안 쪽에서는 원안이 반대입장이다. 여와 야, 또 여당 내 주류와 비주류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서로의 문제점도 충분히 알려졌다. 국민은 어느 한쪽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주지 않고 있다. 이성적 판단과 정서 및 진영의 논리가 혼재해 작용하는 탓이다. 한나라당은 각 계파 중진협의체를 통해 당론 통일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접점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될지는 미지수다. 수정안은 국회로 넘어갔다. 여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후 논의를 주장하고 있으나 시간이 지나도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여론의 확연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이는 각 정파의 입장고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원안이든 수정안이든 절충안이든 적법절차에 따라 결론을 내려야 한다. 세종시 말고도 해야 할 일은 많다. 세종시 자체가 아니라 세종시 논란 때문에 나라가 거덜날 판 아닌가. 세종시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결론을 이제 어느 쪽이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느니 가부간에 결정을 하고 부작용의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낫다. 수정안으로 결정되면 충청 지역 반발 완화와 정부의 신뢰회복 방안을, 반대의 경우 행정비효율 해소 방안을 더 찾아내면 된다. 안타깝게도 미국에는 있는 설득의 리더십, 합리적 판단과 다수결의 원칙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으니 크게 홍역을 치름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래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 우리에게 극복역량이 있음을 믿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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