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소득세제개선' 왜나왔나"세율에 물가반영안돼 업무비용도 공제해야"
재계가 소득세제 개선을 들고 나온 것은 근로자들의 세금부담 증가는 곧 임금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증대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서 실질소득은 거의 늘지 않는 반면 세금은 명목소득을 근거로 부과되는 탓에 최고세율(40%)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기업들의 부담도 늘어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 등을 들어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소득세율에는 물가 반영 안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연간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납세자는 지난 96년 532만명에서 2000년 405만명으로 23.8% 감소한 반면 8,000만원 초과의 고소득자는 7,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200%나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명목소득은 크게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해 세제개편에서 ▲ 소득 1,000만원 이하(10%) ▲ 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20%) ▲ 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30%) ▲ 8,000만원 초과(40% 이상)로 구분됐던 과표구간별 기준금액을 조정하지 않은 채 각 구간의 세율을 10%씩 낮췄다.
그러나 이는 96년 이후 올해까지 예상물가상승률(25%)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실제로 96년 연간 소득이 8,000만원이었던 납세자는 물가상승으로 올해 명목소득이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소득세 부담은 1,900만원에서 2,430만원으로 27.9%나 늘어난다.
소득이 96년에 4,000만원이었던 근로자는 올해 5,000만원으로 명목소득이 늘어 세액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28.6% 증가하게 된 것이다.
▶ 업무상 비용에 대한 소득공제 필요
상의는 업무상 필요비용에 대한 소득공제제도도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최근 근로자들이 업무활동비를 연봉소득에 포함시켜 받고 있어 근로소득세 과표가 높아져 세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ㆍ독일ㆍ프랑스 등에서는 업무상 필요비용에 대해 제한적으로 소득공제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해외근무수당에 대한 비과세 한도를 월급여의 20%에서 40%로 확대한 특례제도가 국내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기준소득금액이 주요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소득이 8,100만원인 근로자의 경우 미국(30%), 일본(20%), 싱가포르(22%) 등에 비해 36%라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상의는 이 같은 소득세제의 불합리성이 결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이경상 경제정책팀 과장은 "소득세 부담이 많아지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근로자의 부담이 되고 이에 따라 임금인상 압박이 높아지면 기업의 비용증가만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 재경부의 입장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재계의 건의는 현실성을 결여하고 있는데다 국제적 비교를 봐도 명분이 없다'며 수용불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재경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나라의 소득세율이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데다 각종 공제 등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상태에서 세율인하 조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상승률ㆍ임금변동 등과 연동된 세율을 적용하는 나라는 미국 하나뿐이며 미국 중산층의 소득세율은 한국의 두배 수준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각종 공제혜택이 너무 많아 세수확보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을 뿐 아니라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재정 충실화, 세수확대 차원에서 세율의 인하조정은 수용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소득세율 인하건의는 수십년간 반복된 것이나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그때마다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영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