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애플을 넘어] <2> OS, 폐쇄형이냐 개방형이냐

삼성·구글 등 멀티·개방형 OS 무장 '모바일 패권' 노린다<br>LG·HTC 등 '反애플진영' 안드로이드·윈도모바일 채택 OS 다양화로 리스크 줄여<br>콘텐츠 확충·양질화는 기본 제조社-OS업체 손잡고 단말기 경쟁력도 확 키워야



'애플 제국' 대 '반(反)애플 연합군' IT포식자 애플이 구축한 모바일 제국에 대응하기 위해 반애플 진영이 다중(멀티)ㆍ개방 플랫폼(OS·운영체제)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OS는 단말기를 파는 제조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구성하는 IT생태계의 구심점. 이 같은 OS 전략싸움에서 이겨야 향후 전개될 모바일IT시장 패권을 거머쥘 수 있다. 구글의 개방형 OS를 축으로 뭉친 안드로이드 진영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OS 윈도모바일 진영에 합류한 삼성전자ㆍLG전자, 대만 HTC 등 글로벌 폰 메이커들은 어느 한 플랫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OS를 채택하고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 핵심 OS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애플은 폐쇄적이지만 수많은 '킬러 콘텐츠'를 양산하면서 제국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반애플 진영에는 이 같은 철옹성 애플에 맞서 개방적이지만 오픈시켜 생길 수 있는 콘텐츠 질 저하 문제를 줄이기 위한 '관리형 개방 OS'도 필요한 생존방식으로 지적되고 있다. ◇멀티 플랫폼이 지지 않는 전략=지난 2009년 말 애플 아이폰(3G)의 대항마로 삼성전자가 아이폰보다 한달 앞서 내놓았던 스마트폰 '옴니아2'. 안방에서의 선전과 달리 해외 반응은 미미했다. 당시 IT전문가들 사이에서는 MS의 OS 윈도모바일을 채용한 삼성 스마트폰에 대해 '윈도로 시간을 끌다가 안드로이드(구글의 OS)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윈도와 같은 여러 OS를 채용하는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 아이폰 공세에 쫓기고 있던 삼성전자에 윈도폰은 이듬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로 반격에 나설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중간계투' 같은 존재였다. 이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다양한 OS를 채용해 특정 OS의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세계 표준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OS는 많아야 3~4개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택의 고민이 따른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와 윈도모바일 그리고 자체개발 OS인 '바다'에 집중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안드로이드ㆍ윈도모바일 등을 핵심 OS로 채택하고 있다. 나성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통신그룹장은 "독자적 OS를 확보하는 데 잘못 투자할 경우 국내용으로만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 멀티 플랫폼 전략은 애플의 공세에 대응하면서도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형 개방으로 애플 제국을 뚫는다=애플은 응용 프로그램 오픈마켓인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검수한 후 마켓에 올린다. 애플 기준을 벗어난 응용 프로그램들은 애플 생태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이 같은 폐쇄적인 애플에 비해 구글 안드로이드는 개방성을 갖춰 그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달 안드로이드드 앱 다운로드는 무려 60건을 넘어섰다. 애플의 앱스토어 다운로드 건수 150건에 비하면 반절에도 못 미치지만 30억건에서 60억건을 돌파하는 데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속도는 빠르다. 원래 검색할 필요 없이 손쉽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앱의 성장은 검색시장을 이끌고 있는 구글에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애플의 공세에 다급해진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지 않는 전략' 인 '개방'에 집중하고 있다. 개방형은 오픈된 기준에 따라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응용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어 단기간에 풍부한 콘텐츠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픈된 만큼 변형된 형태의 앱이 양산돼 마켓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PC의 OS인 윈도에 대적했던 개방형 리눅스가 수많은 버전으로 나와 결국 시장에서 밀려난 것과 같은 셈이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컨버전스팀장은 "개방형은 기준에 벗어나는 이른바 파편화(fragmentation) 현상을 방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 아마존처럼 개방형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이 애플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폐쇄형 전략은 사용자의 불만은 높을 수 있지만 콘텐츠 질을 높이는 최적의 토양과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자와의 수익배분과 해비유저(다량 데이터 사용자)들 관리가 쉽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단말기를 유기적으로 묶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유리한 강점을 갖추고 있다. ◇단말기 경쟁력이 무기=전문가들은 글로벌 모바일시장이 점차 2~3개의 핵심 OS로 수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스마트폰시장의 안드로이드와 윈도모바일 OS가 각각 올해 39%, 4% 정도에서 오는 2015년에는 44%, 20% 수준까지 오르고 애플의 iOS는 18%에서 2015년 17%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성장이 점쳐지지만 애플 단 하나의 업체와 삼성ㆍLG 등이 포함된 연합군의 비율이라는 점에서 애플의 정체라고 예단하기 힘든 부분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연합군이나 윈도폰7으로 반격을 노리는 윈도모바일 진영이 거대 제조업체들을 끼고 있어 단말기 생산에서 애플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준호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애플 단독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더 키운다면 질 좋은 콘텐츠도 따라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애플의 선전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연말 차세대 안드로이드(2.4버전)폰 '넥서스프라임'을 내놓을 예정인 것처럼 단말기 제조사와 OS업체와의 협력관계 강화 여부가 향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팀장은 " 특히 태블릿PC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향후 단말기시장에서 스마트폰과는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며 "애플이 세계 250곳의 직영 애플스토어를 통해 단말기 저가 공세를 펼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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