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기 희생'과 '선수 치기' 사이

"스트레스 좀 받고 있을 거다."(민주당의 한 최고위원) "지역구를 중앙당의 바둑돌처럼 생각하지 말아 달라."(이강래 민주당 의원) 최근 민주당 전현직 중진급 의원들이 지역 기반을 벗어나 수도권과 영남 등 이른바 '사지'에 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견해들이다. 전주 출신 4선인 한 장영달 전 의원의 경남 출마 선언에 이어 지난 10일 3선의 김효석 의원이 수도권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이른바 '호남 물갈이론'의 본격화는 기정사실처럼 됐다. 안정적으로 당선될 수 있으며 3선 이상 지냈던 지역구를 포기하는 것은 여간 과감한 결단이 아니다. 이용섭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통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호남중진 수도권 차출설'이나 '호남 물갈이론'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밝힌 것은 논란을 차단하면서도 결정이 쉽지 않은 답답함의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호남 중진 의원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선수를 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0일 민주당 개혁특위에서 발표한 공천개혁 방안도 호남을 향하고 있다는 평이다. 가장 큰 변화인 배심원제의 실시 지역에 수도권과 호남이 꼽힌다. 그래도 수도권에서 해볼 만하다는 흐름에 편승하다간 미끄러질 수 있고 차라리 결단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서울지역 상당수에서 한나라당과 오차 이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최근 여론조사의 결과가 아닌가. 호남출신 의원이 텃밭이 아닌 서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 의원 자신도 수도권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직후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서울 동작을 출마를 권하는 기자들의 말에 "여러 지역을 생각해봐야겠다"며 머뭇거렸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면, 그리고 출마의 진심을 보여주고 싶다면 승산이 낮다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어야 했다. 김 의원이 이날 보여준 머뭇거림에 대해 "더 큰 변화를 위한 약간의 떨림이었다"는 평가가 뒷날의 정치권에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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