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일 한일 양국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일본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며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청산과 관련해 ‘배상’이라는 용어를 공개적으로 정면 거론한 것은 이승만 정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어서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냉각되고 있는 한일관계에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86주년 3ㆍ1절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그것이 전세계가 하고 있는 과거사 청산의 보편적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 “그간 양국관계 진전을 존중해 과거사 문제를 외교적 쟁점으로 삼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우리의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대일 청구권 문제에 대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이미 총리실에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좀더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 국민자문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구권 문제 외에 아직 묻혀 있는 진실을 밝혀내고 유해를 봉환하는 일 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일본도 역지사지해야 한다”며 “강제징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일제 36년 동안 수천ㆍ수만배의 고통을 당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과거사에 대한 일본정부와 국민의 반성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일) 두 나라는 동북아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운명공동체”라며 “다만 법적ㆍ정치적 관계진전만으로는 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진실과 성의를 가지고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진정한 이웃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