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포항시민의 포스코 사랑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고, 민심도 잃었다.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불법점거사태가 일부 강성 노조원들의 한낱 무모했던 과욕으로 결말이 났다. 지난 13일 국가주요 기간산업체인 포스코 본사를 불법적으로 점거한 포항건설노조는 점거 초기 집행부의 호언처럼 포항은 물론 전국적인 파괴력을 발휘했다. 포항건설노조는 민주노총 산하로 89년 4월 설립돼 포항 지역 건설일용직 3,000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원청업체인 포스코건설과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이들은 2004년과 2005년에도 전문건설업체와의 교섭이 결렬되면서 한달 이상 파업을 벌이는 등 노조 설립 이후 18년간 거의 매년 분규를 일으켰다. 좀 과격한 표현을 빌리자면 포항 지역에선 유일하게 ‘악성 파업’의 주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포항건설노조가 지역경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포스코 본사를 불법점거, 지역경제를 마비 일보직전까지 몰고 간 데 대해 50만 포항시민들이 그냥 보고만 있을 리 만무했다. 이번 사태가 터지자 포항시민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거리 곳곳에 ‘불법점거 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 수천여장이 내걸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17일 포항공설운동장에는 포항건설노조의 불법점거를 규탄하기 위해 순식간에 1만5,000명의 시민들이 집결했다. 당시 이들의 집결을 놓고 노동단체들이 혹시 “경제(經制)데모가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기자가 이번 사태 취재를 하는 동안 접했던 목욕탕 주인, 음식점 여주인, 택시기사, 청소부 등 포항의 서민층 대다수가 한결같이 건설노조를 질타하는 목소리 일색이었다. 한 택시기사는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은 포스코를 구하려는 시민들의 울분이 표출된 것”이라며 “시민 대다수가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포스코를 불법점거한 건설노조 측과 맞짱이라도 뜨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건설노조는 이번 포스코 불법점거를 계기로 당초 자신들이 기대했던 아무런 성과도 명분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시민들의 민심마저 잃어버렸다. 이번 사태는 포스코를 지극히 사랑하는 포항시민들의 염원을 무너뜨린 포항건설노조의 무모함이 빚어낸 자업자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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