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정산이 신경 쓰이는 것은 지난해 강직성척추염 판정을 받은 B씨도 마찬가지다. B씨의 경우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데다 약물과 운동을 병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에도 지장을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 질병을 밝힐 경우 괜한 구설에 휘말릴까 찝찝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B씨는 장애인공제를 받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B씨는 "질병을 밝히고 가십거리의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장애인공제와 의료비공제를 포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철을 맞아 직장인들이 회사에 숨기고 싶은 가정사나 사생활 노출을 걱정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소문에 휩싸이는 것을 꺼려 소득공제를 포기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혼이다. 대부분 회사가 인적공제 항목에서 변경이 있을 경우 등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한다. 결혼을 했거나 자녀가 태어났을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A씨의 경우처럼 같은 해 결혼과 이혼을 모두 경험한 이들에게 이 같은 등본 제출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부녀자공제도 문제다. 부녀자공제는 '배우자가 없고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 세대주 또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50만원을 공제하는 제도기 때문에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이혼을 한 A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녀자공제 항목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왜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을까 걱정이 앞선다.
자녀의 친권을 가지고 이혼을 한 C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혼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C씨의 경우 100만원의 한부모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항목을 신청할 경우 이혼 사실을 밝혀야만 한다.
C씨는 "세금을 토해낼지도 몰라 걱정되기는 하지만 언제 이혼했느냐, 왜 이혼했느냐는 질문을 끝없이 받느니 몇 푼 손해 보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애인공제도 문제다. 세법상 장애인의 개념은 흔히 통용되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의 개념보다 훨씬 넓어서 암 환자나 희귀난치성 질환 등의 중증환자 등도 장애인공제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상 중증환자등록증이 발급된 이들은 모두 이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통 의료비의 공제한도는 700만원이지만 장애인공제를 받을 경우 의료비의 공제한도도 없기 때문에 평소 많은 치료비를 내는 이들은 연말정산 환급을 받을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역시 회사에 질병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장애인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병원으로부터 발급 받은 장애인증명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공제를 받는 것을 포기한 B씨는 "지금처럼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편견과 차별이 있는 상황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조세단체 관계자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이 걱정된다면 회사에서 진행되는 연말정산 기간에는 장애인공제 등을 신청하지 말고 5월에 진행되는 추가 환급신청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