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대로 된 기업만 받자"… 상장, 量에서 質위주로

투자자 불신 해소 위해 상장예심부터 공모가 심사… 상장 직전 주관사 교체 ‘얌체 IPO기업’도 차단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의 진입 문턱을 높이고 공모가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은 최근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속 상장사들이 횡령이나 부실 회계 등으로 잇따라 퇴출당하고 새로 상장된 기업들도 공모주 청약 때는 경쟁률이 수십, 수백대1에 달하면서도 정작 상장만 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면서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들은 지난해 74곳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도 30곳에 달했다. 게다가 상습적으로 허위 공시를 하는 등 ‘질이 좋지 않은’ 투자주의 환기종목도 33개에 이른다. 코스닥시장이 세계 4위의 신시장으로 양적인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래소가 상장 제도의 틀을 바꾸기로 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고 ‘제대로’된 기업만을 선별해 상장시킴으로써 시장을 정화해보자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것이다. 거래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상장제도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며 “양에서 질로 전환함으로써 더 이상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건전화를 위해 진입 단계부터 철저히 검증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투자자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며 “투명한 기업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상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장 제도의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된 공모 방식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코스닥의 기업공개(IPO)가 기업의 성과물을 투자자들과 함께 공유하기보다 최대주주 등의 이익실현 수단으로 변질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것이 결국 코스닥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코스닥에 새로 입성한 24개 종목 가운데 지난 1일 현재 종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곳은 무려 16곳에 달한다. 코스닥 새내기주 3개 종목 중 2개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티에스이ㆍ다나와ㆍ쓰리피시스템 등 전체의 3분의1에 달하는 7곳은 공모가보다 3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에서는 상장예비심사 때부터 아예 공모가를 들여다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상장예정기업들은 공모가를 정할 때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만을 제출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거래소에서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예비심사부터 공모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공모가 뻥튀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거래소와 금감원이라는 이중의 통제장치를 가동하겠다는 의미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요즘 들어오는 코스닥 기업들이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과대평가 되다 보니 상장하자마자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상장예비심사 때 예상 공모가가 너무 고평가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뜯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지난해 신규상장한 기업들의 주가와 공모가의 격차에 대한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거래소의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의 공모가가 모두 액면가의 몇 십 배나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상장에 따른 과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코스닥시장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는 곳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모가를 더 높게 평가 받기 위해 상장 직전 주관사를 바꾸는 얌체 상장사 단속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상장 직전 주관사를 바꾸면 바뀐 주관사는 불과 며칠 만에 상장사의 기업내용을 다 살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단지 공모가를 더 높게 쳐 주는 주관사를 찾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상장사들을 엄격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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