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와 노동계가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며 노ㆍ정관계가 파탄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7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선언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날 밤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노사협상에 대한 직권중재 결정을 내리자 민주노총도 총력투쟁에 나설 태세다.
노동계는 참여정부가 자신들을 개혁대상으로 보고 막다른 궁지로 몰고 있다며 강력투쟁을 다짐하고 있어 올 여름 노ㆍ정의 극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반발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하며 정면 돌파할 태세여서 상당 기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지난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안 처리시도,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양 노총 정치공세 중단 발언 등에 이어 중노위의 직권중재 결정까지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경청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묵살하며 노동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비난이다.
노동계는 올 들어 기아자동차ㆍ항운노조ㆍ한국노총 등 잇따라 터진 노조 비리 사건으로 노동운동이 위축되자 정부가 노조를 개혁대상으로 보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건의료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에도 조건부 직권중재를 결정했던 중노위가 올해 비번자들 중심의 하루 시한부파업에 직권중재를 결정, 노동계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을 나타냈다.
보건의료노조는 8일 성명에서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산별교섭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만들었던 중노위가 사용자측의 교섭장 일방 퇴장에도 불구, 직권중재 회부를 결정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중노위 위원장이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직권중재 결정은 마지막 남은 사회조정력까지 다 잃어버린다고 강조했는데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미 노ㆍ정관계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편 박종선 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은 중노위 결정에 대해 “교섭파행의 책임이 노사 모두에 있다고 보고 직권중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노동부 관계자는 “중노위에 대한 외압은 일절 없었다”며 노동계의 외압 주장을 일축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동계와 정부가 서로 엇박자 춤을 추고 있지만 갈등에 대한 조정자가 없어 장기 대립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사태에 대한 원인 제공은 정부가 하고 있다”며 “정부의 현재 노동라인이 강경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이에 노동계가 특정인을 지목하며 반발하고 있어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현실은 노사관계 법제도 개선, 노동 양극화 해결 등 노사정 대화복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 교착상태를 풀어야 사회적 비용의 급증을 막고 국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