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연은 주는대로 베푼다(사설)

시골의 여름밤은 낭만과 서정이 있었다. 졸졸 흐르는 시냇가에 평상을 펴놓고 식구대로 둘러앉아 수박이나 참외를 들던 시절이다. 이때쯤이면 반딧불은 요즘의 불꽃놀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별밤을 온통 수놓곤 했다.이제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련한 추억속에 묻혀버린 얘기들이다. 시냇물에서는 악취가 풍겨나고 언제부터인가 반딧불도 사라졌다. 우리가 이처럼 환경을 파괴한 것이다. 5일은 유엔이 정한 제25회 「세계환경의 날」이다. 이날은 또 전세계 정상들이 지난 92년 리우에서 모여 지구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 「리우 선언」채택 5년이 되는 해이다. 97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서울에서는 우리정부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온누리의 생명을 위하여」(For Life On Earth)라는 주제아래 기념식을 갖고 「환경윤리에 관한 서울 선언문」도 채택했다. 환경윤리가 환경선언에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깊다. 환경의 날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뉴욕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환경 특별총회가 열린다. 서울선언문은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윤리 강령이다. 인간과 자연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고 상호 의존적이라는 대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선언문은 또 정부·기업·국민 등 사회각층의 구성원들이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실천해야할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지구 환경파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UNEP는 지난 1월 세계환경전망보고서에서 재원의 결핍과 정치적 의지 부족으로 세계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과 공기 땅 삼림 어족자원 등 필수자원들마저 남용으로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연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자연의 가치를 연 54조달러, 최소 33조달러는 된다고 계산했다. 이는 전세계 국민 총생산(GNP)이 연 18조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자연의 혜택을 짐작 할 만하다. 세계는 환경 파괴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보호에는 주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70년대 이후 경제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란개발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지금 가을하늘마저 스모그로, 계곡을 흐르는 물은 시커멓게 변했다. 「형설의 공」이라는 고사도 이젠 반딧불이 사라져 어린이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렵게 됐다. 검은 눈이 내리기전에 환경보호에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자연은 정직하다. 인간이 주는대로 베풀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