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과 콜롬비아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신속 처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미 의회의 연내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이번 사안이 한미 FTA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관련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한국과 콜롬비아가 미국과 맺은 FTA는 중요도 측면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미국 내의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출한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에 대해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른 90일 이내 처리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24, 반대 195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하원은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을 TPA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법안과 마찬가지로 의회 일정에 따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양국 간 FTA 비준안 처리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나 가능해지면서 부시 대통령의 연내처리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풀이된다. TPA 규정은 대통령이 제출한 FTA 비준안에 대해 하원은 60일 이내, 상원은 30일 이내 등 총 90일 안에 승인하거나 반대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미 하원에 제출된 FTA 비준안이 법정기한 내에 처리되지 않기는 지난 1974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그동안 유지돼온 미 의회의 자유무역법안 신속처리 관행이 무너졌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원의 이날 표결 직후 부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원의 유례없고 불행한 조치로 미국 행정부와 의회 간의 신뢰와 맹방과의 관계가 훼손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콜롬비아의 노조탄압 수준이 심각하다는 이유 등을 들며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안 처리를 11월 대선 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해왔으나 부시 대통령은 의회의 신속처리를 촉구하며 비준안 제출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이 같은 사태가 한미 FTA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한미 FTA 비준안의 의회 제출을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슈워브 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미ㆍ콜롬비아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거부한 하원의 표결로 “34년간에 걸친 무역 법률과 관행이 파괴됐다"며 이로써 미국 정부는 한국 및 파나마와의 FTA 합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문제를 ‘재고(think twice)’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충돌하면서 TPA 절차에 따라 조기 비준을 받아야 하는 한미 FTA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졌다”면서 “다만 한미 FTA는 중요도, 양국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확연한 차이가 있는 만큼 쇠고기 수입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