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日의원의 특별한(?) 方韓

김창익 정치부 기자

‘이즈미 겐타(泉 健太). 30세. 일본 교토부 제3구 민주당 참의원. 일본 현역 의원 가운데 최연소. 연봉 3억원.’ 잘 나가는 일본의 한 젊은 국회의원이 지난달 21~22일 한국에 왔다. 그의 도착 전 일본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 국제협력과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소속의원 한명이 한국으로 배낭여행을 가니 필요할 경우 협조를 당부한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같은 시간 그가 예약한 숙소에도 일본 대사관으로부터 같은 내용의 협조요청 공문이 팩스로 왔다. 사적인 여행인데 일본 민주당과 대사관이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국제협력과 당직자에게 물었더니 “의원들이 외국에 나갈 때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힘’있는 자리인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미국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 지낸 이틀간 그 의원이 보여준 행동은 이런 선입견을 깼다. 그는 비행기가 아닌 페리호로 부산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하루 3만원짜리 모텔에 묵었다. 남대문 시장과 시청을 구경할 때는 지하철을 탔다. “좋은 호텔도 많은데”라고 물었더니 그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호텔은 모두 똑같더라”며 “이런 데(모텔)서 지내야 진짜 그 나라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실제 그는 일본어를 조금 하는 모텔 주인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모텔에 묵는 다른 외국인들과도 마주칠 때마다 서슴없이 대화를 했다. 일본 대사관에서 차량지원을 했지만 그가 그 차를 탄 것은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약속을 위한 1시간반 동안이 고작이었다. 이후 그는 일정이 끝났다며 바로 차를 돌려보냈고 다음 여행지인 몽골을 향해 셔틀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열린우리당 당직자도 일본 대사관 직원도 “국회의원의 ‘이런 모습’은 특별한 것”이라고 했다. 17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의 특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당사자인 의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의원들 개개인도 목에 힘을 빼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의원들을 측근에서 봐온 국회 직원들도 한국 의원들이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들 한다. 세계 각국 의원들과 만났던 국제협력과 당직자도 “(그동안 만났던)유럽 일부 의원들을 빼면 한국 의원들이 일본이나 미국보다는 덜 권위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 의원 중에도 이즈미 겐타와 같은 사람이 찾아보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즈미 겐타의 모습이 한국에서는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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