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잘못된 공식 발표에 근거해 보도했더라도 이를 과장ㆍ왜곡하지 않은 언론보도라면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국가에게만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서울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7일 통조림에 방부제인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실을 발표, 보도해 회사가 부도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서모씨와 통조림 제조사들이 국가와 언론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서씨 등에게 3억원을 지급하되 언론사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발표는 국민 건강이라는 공익성은 인정되나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서씨 등이 검찰 조사에서 포르말린 함유 여부를 몰랐고 이를 첨가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점, 검출량이 적은 점 등으로 미뤄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는 조사와 확인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언론사들은 당시 보도의 신속성을 요했고 검찰의 공식발표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매우 높았으며 서씨 구속으로 당사자에 대한 직접 취재가 어려웠다"며 "보도 내용이 발표자료를 과장ㆍ왜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98년 7월 "통조림 제조업자들이 통조림에 포르말린을 넣어 방부처리를 했다"고 발표했고 언론사들은 '통조림에 발암물질'등의 기사를 보도, 서씨 등은 지난해 국가와 11개 언론사를 상대로 37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한편 서씨 등 통조림 제조업자들은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아니라 구성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고 이는 자연상태의 식품에도 존재하며 인체에 무해한 천연 포름알데히드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안길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