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에게 참패를 안겨준 4.30재ㆍ보궐 선거는 정치판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게 새로운 양상은 아니지만 0:6이라는 외형적 결과 속에는 여당의 더 많은 패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압승이라는 결과 이상의 보이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 박근혜 대표의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인한 데다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수도권 의원들도 명분을 거뒀다. 당 분열 우려까지 나오던 지난 3월 상황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국회의석을 추가하지는 못했어도 나름대로 성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열린우리당, ‘흔들’=당장 지도부 문책론이 나오고 있다. 문희상 당대표는 전지역 참패라는 개표결과가 나온 30일밤 “안타깝고 아쉽다”며 “조만간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유세 과정에서 ‘패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문 당의장이 어떤 형식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질지에 대해서는 당내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전병헌 대변인은 선거결과 브리핑에서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현 지도부는 취임한지 한달만이고 이번 재보선 공천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해 문책론을 경계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반성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분명하다. 투표가 끝난 직후 한 고위당직자는 “우리당이 지난해 4.15총선에서 ‘탄핵 후폭풍’이라는 메카톤을 재료를 안고 원내 과반을 차지한 이래 자만에 빠져 있었다”고 실토했다.
관건은 패인 분석. 당내 실용파와 개혁파간 패배요인에 대한 해석이 다소 엇갈린다. 실용파는 ‘성과 없는 개혁’에 대한 국민의 피곤감에, 개혁파는 ‘원칙 없고,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실용노선’에 패인을 돌리는 분위기다. 어떤 세력이 패배 이후 주도권을 갖느냐에 따라 정국의 흐름이 갈라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일석삼조=반대로 한나라당은 최소한 세가지 성과를 거뒀다. 압승이라는 결과와 박근혜 대표의 입지 강화, 수투위의원 그룹의 명분 확보를 동시에 얻었다. 한나라당이 당초 목표는 3~4석. 강재섭 원내대표는 “6개 국회의원 선거구중 한나라당의 본전은 단 한 곳뿐이어서 3석만 나와도 대성공”이라고 말했지만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성적을 남겼다.
특히 최대격전지인 경북 영천에서 신승이지만 승리를 따냄에 따라 박 대표의 당 장악력이 커지게 생겼다. 박 대표는 가는 곳 마다 유권자들을 모이게 함으로써 차기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까지 각인시키는 덤까지 얻었다.
행정도시 이전을 반대해온 반박(反朴) 진영도 반사적인 이익을 맛봤다. 신행정도시 이전대상지인 연기ㆍ공주에서조차 무소속의 정진석 후보가 여당을 누르고 승리해 행정도시 이전반대, 국민투표 회부를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넓어진 당내입지를 기반으로 수투위의 요구를 묵살하느냐, 혹은 높아진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행정도시 이전을 원점으로 돌려 국민투표로 방향을 돌리느냐에 따라 정국도 요동칠 전망이다. 전자라면 당내분 격화, 후자라면 정국긴장 고조가 예상된다. 더욱이 후자의 경우 3대 개혁입법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이 강경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책제휴ㆍ당 통합 논의 가시화 전망=갑갑해진 열린우리당으로서는 한나라당과 대립하는 구도가 펼쳐질 경우 다른 야당과 제휴를 모색할 처지다. 민노당과는 정책 제휴, 민주당과는 당통합 논의가 뒤따를 전망이다. 다만 민노당과 민주당이 우리당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우리당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한 이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노당과 정책 제휴에 나서더라도 비정규직 문제 등 경제분야에서는 견해차가 큰 사안이 많아 3대 개혁입법 등 주로 정치분야의 제휴가 모색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래저래 힘든 일정이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