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마철 신풍속도

"외출은 귀찮아" 인터넷 쇼핑몰 주문 58% 급증<br>"따끈한 게 좋아" 냉면·맥주 제철 불구 잘 안팔려<br>"몸이 근질근질" "래프팅 언제 가능" 문의 줄이어


서울 도봉구의 장모(34)씨는 요즘 밖으로 나가는 게 귀찮다. 긴 장마로 비가 언제 내릴지 몰라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는데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에 기분까지 우울해졌기 때문이다. 장씨에게 새로 생긴 즐거움이라면 집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가지각색의 빈대떡을 부쳐먹는 것. 하지만 부침가루를 사러나가자니 그마저도 귀찮다. 장씨는 결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쌀ㆍ생수ㆍ김치ㆍ부침가루 등 일용할 양식들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장마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주말에 장마가 다시 찾아오고 굵은 빗줄기가 다음주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뜨거운 여름철과는 다소 박자가 맞지 않는 ‘신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우선 ‘안방쇼핑’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장맛비가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지난 15~17일 온라인 쇼핑몰들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인터파크의 경우 이 기간 평소 주말보다 매출이 58%나 늘었다. 인터파크의 한 관계자는 “밖으로 나가서 쇼핑하기 힘든 쌀이나 생수 등 특히 무거운 제품들은 2배 넘게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비 오는 날에는 빈대떡이나 부쳐먹으라고 누가 그랬던가.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도 인기상품이 됐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14일부터 18일까지 밀가루와 부침가루 매출은 그 전주 같은 기간에 비해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종합쇼핑몰 디앤샵에서도 튀김가루와 부침가루의 매출이 평상시보다 20%가량 증가했다. 날씨 탓에 마른 안주보다 따뜻한 안주를 찾는 ‘술도락가’들 때문에 ‘여름 술’인 맥주도 아직 소주의 왕좌를 뺏지 못하고 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이후 장마가 찾아오면서 맥주 소비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비가 계속 내리니 시원한 맥주보다는 매콤한 국물에 소주 한잔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이면 점심메뉴로 냉면을 고집하던 ‘냉면족’들은 요즘 짬뽕이나 매운탕 등 얼큰한 국물을 찾고 있다. 서울 중구 다동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여주인 정모(38)씨는 “냉면도 한철 장사인데 장마가 길어지니 예년보다 손님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편 긴 장마 여파로 여름을 뜨겁게 불태우지 못해 초조한 사람들이 있다. 공들여 잡은 휴가날짜가 장마철과 겹친 직장인들. 이들은 휴가기간 동안 ‘방콕(방에 콕 갇혀 있기)’만큼은 할 수 없다는 결심에 새로운 휴가계획을 구상 중이다. 강원도의 일부 래프팅 업체들에는 이번주 말과 다음주 초 래프팅이 가능하냐는 조심스런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한탄강 G래프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리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가 래프팅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며 “많은 휴양지들이 수해를 입다 보니 휴가계획을 변경해 래프팅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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