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다자간 무역' 회의론 거세질듯

■ 홍콩 WTO협상 사실상 결렬<br>농업분야 국내보조금 감축등 이견차 커<br>내년 3월내에 세부원칙 마련도 불가능<br>기적 일어나지 않는한 무산 가능성 커

‘혹시…’라며 일말의 기대를 품어보았던 것이 잘못이었다.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가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막을 내림에 따라 다자간 무역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9번째 다자간 무역협상인 DDA는 타결일정이 내년 말에서 상당기간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일각에서는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내년 말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DDA 협상의 논의대상은 농업ㆍ비농산물(NAMA)ㆍ서비스 등의 시장개방 폭과 시기 등이며 여기에 반덤핑, 수산보조금 등 각국의 통상 ‘규범’과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및 지원을 논의하는 ‘개발’ 분야가 추가된다. 각료회의 개막 전부터 농업 분야에 대한 EUㆍ미국ㆍ브라질ㆍ인도 등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전체적인 시장개방의 세부원칙(모델리티ㆍModalities)을 마련한다는 목표는 좌절된 상태였다. 하지만 각료회의 개막과 함께 미국과 EU 대표 등이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협상난항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회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결국 미국 및 농산물 수출국들과 EU가 농업 분야의 국내보조금 감축에서 큰 인식차를 드러내 이 부분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어 관세 감축률 등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내년 말 DDA 협상의 타결을 위해서는 내년 3월까지 각 분야별 세부원칙이 마련돼야 하지만 농업협상에서 관세감축의 폭을 결정하는 ‘시장접근’ 분야에 접근도 못한 상태에서 ‘국내보조금’ 분야 역시 진전이 없고 ‘수출경쟁’ 분야마저 답보상태를 보였다. 정부의 한 협상관계자는 “DDA협상의 핵심인 농업 분야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전체 협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농업협상의 결과가 극히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콩 각료회의 성과가 극히 미진하자 WTO 내에서는 내년 3월 내에 세부원칙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회의론이 번지고 있다. 홍콩 회의의 결렬로 협상 동력이 약해진데다 조율해야 할 의제는 많은 데 비해 시간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권한을 위임한 시한이 오는 2007년 상반기여서 예정대로 내년 말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DDA 협상의 연기 시기조차 예상하기 어려워진다. 홍콩 각료회의를 지켜본 국내의 한 전문가는 “내년 상반기 내에 기적적인 극적 타결이 없는 한 DDA 협상은 짙은 안개 속에 빠질 것”이라며 “다자간협상의 문제점이 노출된 만큼 각국은 양자간 채널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더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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