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서바이벌 금융게임' 다시 시작됐다

유럽 재정위기로 비틀… 美는 월가 시위 곤혹<br>"글로벌 금융산업 재편 M&A 기회로 삼아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카나리 워프. 영국의 신(新)금융지라는 화려한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지난달 찾은 이곳에는 음습함이 흘렀다. 대형 분수대에서 만난 금융인의 눈빛에는 불안이 배어나왔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즈 등 대형 은행은 국유화됐고 해외 은행들은 오랜 금융 중심지 런던에서 철수하고 있다. RBS 본사에서 만난 크리스 크로 부사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가 이중으로 카운터펀치를 날리면서 영국 은행들이 비틀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위기의 진앙지 그리스는 더욱 심각했다. 야니스 차모르겔리스 에게대 국제경제학 교수는 "그리스 은행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유로본드 발행을 늦출수록 유럽 은행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소를 옮겨 도쿄 금융1번지로 꼽히는 마루노우치-나카도리 거리. 미쓰이스미토모(SMBC), 미즈호 등 일본 은행들은 조심스레 기회를 강조했다. 엔고로 제조업은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지만 비싼 화폐가치는 인수합병(M&A)의 길을 다시 터주고 있다는 얘기다. 노부아키 구루마타니 SMBC 상무는 "앞으로 3년간 유럽에서 저렴한 매물이 나올 것이다. 얼마나 싸게 구입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글로벌 위기 후 2년반 만에 다시 찾아온 위기.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세계 각국에서 만난 금융인들은 당장의 위기탈출에 골몰하면서도 위기 후 글로벌 시장의 판도변화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티춘홍 스탠다드차타드홍콩 동북아ㆍ한국 자본시장 책임자는 "중산층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중국ㆍ인도 등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이곳 금융산업의 약진을 자신했다. 대공황부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위기까지, 금융시장은 격변을 거듭했다.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이 명멸했고 구제의 손길을 기다렸다. AIG와 같은 공룡도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이 속에서 금융판도는 확 달라졌다. 지금의 위기는 이런 면에서 새로운 '서바이벌 금융게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시위 역시 100년 이상 금융패권을 차지해온 월가에 변화를 요구하는 압력이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되면 국제 금융시장에 합병 등 상당한 재편이 있을 것이고 강자와 약자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도 새로운 M&A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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