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기억을 지배하는 '냄새의 과학'

■ 왜 그녀는 그의 스킨 냄새에 끌릴까(에이버리 길버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코가 우리의 지갑을 열게 하고 기억을 지배한다?' 10년 전 사회 심리학자인 로버트 배런은 뉴욕의 쇼핑몰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구역과 냄새가 나지 않는 구역을 조사한 후 각각의 구역에서 펜을 떨어뜨리거나 낯선 사람에게 잔돈을 교환해달라고 부탁하는 실험을 했다. 떨어뜨린 펜을 집어주거나 잔돈을 바꿔주는 등 선의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냄새가 없는 구역보다 좋은 냄새가 나는 구역에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냄새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을 밝혀낸 실험이다. 또 사람들은 불쾌한 냄새 때문에 단 한 번이라도 육체적 고통을 느끼면 그 냄새를 불쾌감으로 기억하고 절대 잊지 못한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한 번 학습된 것을 잊지 못하는 '증상학습'의 결과인 것이다. 냄새의 기억이 우리의 머리 속에 강하게 남는다는 증거다. 냄새와 인간행동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냄새가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 물음은 냄새를 분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두뇌분석력의 한계에 있다는 대답을 이끌어내 여성과 남성은 후각인지도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분석해내는 언어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냄새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심리학, 공학 등 이론적인 연구를 비롯해 향수제작 등으로 옮겨가면서 냄새에 얽힌 인간의 행동을 풀어낸다.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에피소드로 분석한 '냄새의 과학'을 다룬 책은 일상생활과 산업에서 냄새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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