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스피, 공포의 매도 국면… "현재론 百藥이 무효"

■ 코스피 급락… 전문가 진단<br>세계각국 금리인하등 약발없자 투자자들 대거 투매<br>부동산 부실등 난제 첩첩… 환율 안정돼야 숨돌릴듯



“현 시점에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지 비싼지 여부(밸류에이션)는 의미가 없다. 전세계 주식시장이 공포에 전염된 상태이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주식시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금융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유례없는 정책공조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도통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더 큰 공포에 휩싸이며 투매에 나서고 있다. 전날 미국의 다우지수가 5년 만에 9,000선이 붕괴되자 한국증시는 오전 한때 1,178.51포인트(-8.99%)까지 수직 하강하기도 했다. 장 후반 들어 다소 안정세를 보이기는 했으나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혼돈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어 전망조차 쉽지 않다”면서 “이번 매도 국면은 과거 이벤트성 패닉과는 다른 양상으로 공포심리가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포의 매도 국면=전문가들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투자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투매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정부가 금리인하 등을 통해 유동성을 늘리고 있지만 달러 가뭄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이 도통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세계 투자자들이 달러ㆍ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만 극단적으로 쏠리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시장에 풀린 돈의 총량은 늘어나도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여전히 마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달러 유동성을 가늠하는 3개월짜리 리보(런던 은행 간 금리)는 전일 대비 0.23%포인트 오른 4.75%로 연중 최고치로 올라섰다. 3개월짜리 리보는 일주일 전 4.21%, 1년 전에는 2.82% 수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로스컷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 센터장은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포지션을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하자 로스컷 물량을 내놓고 있다”며 “고유 계정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도 결국 손절매하기 시작하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국내 주식 하락 이상으로 손실을 입기 때문에 환율이 불안할수록 국내 주식 비중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환율 안정돼야 숨 돌릴 듯=10일 환율은 다행히 급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증시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당연히 높아졌다. 위험자산에 대한 할인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과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들이 당장은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원기 KB자산운용 사장은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 수익률만 비교하면 한국증시가 선진국 및 기타 이머징 국가에 비해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외국인 투자가 입장에서 보면 환율급락으로 인해 한국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락한 시장 중 하나”라며 외국인 매도 배경을 설명했다. 단기간 이상 과열 양상을 보인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오 센터장은 “일시적 오버슈팅 국면인 것은 맞지만 달러 수급 불균형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의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가 하락, 무역수지ㆍ자본수지 개선 등이 추세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부실, 소비위축 등 난제 첩첩=미국의 구제금융이 실시되고 환율이 점차 안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부동산 금융 부실, 소비 위축과 같은 난제들이 첩첩 쌓여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은 “시장에서는 더 극단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은 한 시장의 ‘비명소리’가 잦아들기는 힘들다”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현 시점은 전형적인 공포에 의한 매도 클라이맥스 국면”이라며 ”단기 바닥 확인이 머지않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매물 때문에 폭락하는 장세가 아니라 매수세가 없어 주가 변동성이 큰 상황인 만큼 심리만 회복되면 코스피지수 100~200포인트 정도는 반등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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