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노무라의 꿈' 좌절되나… 리먼출신 핵심인력 잇따라 이탈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ㆍ유럽 부문 인수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메이저로 거듭나려던 일본 노무라(野村)증권의 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경쟁력을 배가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던 리먼 출신의 핵심인력들이 보너스기간이 끝나자마자 속속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 내부에서는 문화적 충돌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사내 통합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주에만 두 명의 리먼 출신 핵심인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노무라에서 빠져나간 인사는 제인 왕 중국 투자은행부문 부사장과 제프리 펠드캠프 아태지역 증시국장으로 이들이 어디로 옮겨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2~3주 사이 노무라에서 퇴직한 리먼 출신 고위급은 총 다섯 명에 달한다. 지난주에는 13년간 리먼에서 근무해온 시규어비욘 토르켈슨 아태지역 주식부문 국장과 고라브 굽타 인도법인 사장이 각각 바클레이스와 맥쿼리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토머스 시그먼드 아시아 고정자산부문 국장도 물러났다. 리먼 출신 인력들이 잇따라 빠져나간 가장 큰 이유는 보너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는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후 리먼의 아시아ㆍ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일부 고위직에 금융위기 이전(2007년) 수준의 보너스를 2년간 지급하기로 했으며 이 보너스 지급기간이 1일로 끝났다. 노무라가 리먼의 인력을 붙잡아둘 수단은 ‘돈’뿐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노무라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리먼 인수 당시 노무라에 편입된 인력은 8,000여명으로 이 중 보너스를 받은 인원은 200여명이다. 이 가운데 95%는 아직 노무라에 남아 있지만 언제 이탈자 대열에 합류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일본 헤드헌팅업체인 서치파트너스의 고미조 가쓰노부 최고경영자(CEO)는 “핵심인력의 이탈과 경쟁사들의 계속되는 스카우트 제의가 노무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 측은 이들의 이직이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무라 홍콩법인의 매튜 러셀 대변인은 “이직은 금융계에서 아주 정상적인 일”이라며 “노무라는 여전히 성장해가고 있고 앞으로도 인재들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를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던 노무라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음은 분명하다. 가뜩이나 리먼 인수 직후부터 내부적으로 문화 충돌을 겪어온 노무라에서 고위직 이탈까지 잇따르면서 사실상 리먼의 ‘껍데기’만 남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무라는 2008년 리먼의 아시아법인과 유럽법인을 인수할 때만 해도 세계 투자은행업계의 기대주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노무라는 공격적인 스카우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무라가 지난해 10월 이후 일본 외 아시아 전역에서 고용한 종신근로자 수는 420명에 달한다. 씨티그룹ㆍ도이체방크 등 경쟁사의 호주 및 미국법인 인력들도 상당히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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