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임CEO들의 고민
증권부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증권부 이철균기자
“하루 최소 18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해야만 회사운영의 균형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규모가 갈수록 줄고 있는 현재의 증시상황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 고민입니다.”
최근 취임한 A증권사 사장의 하소연이다. 이 같은 고충토로는 신임 증권사 CEO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증권사들의 일차적인 수익원인 거래대금이 연일 바닥을 헤매고 있다. 지난 4월 평균 2조8,959억원까지 올랐던 거래소의 거래대금이 이달 22일에는 1조5,100억원으로 줄었다. 올들어 최저치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자 개인투자자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 이탈→거래액 감소’는 증권사 수익구조의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증권사 수익구조는 수탁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70%(순영업 기준)를 차지, 브로커리지(중개업무) 편중이 심하다. 거래액이 줄었던 5월 영업실적은 빨간불이 켜졌고 대형 9개 증권사 중 세 곳이 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때문에 증권시장의 수익원 다변화와 증권사간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 최근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수수료 경쟁과 은행ㆍ보험업계의 간접상품 판매 참여 등으로 성과는 기대만큼 좋지 않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증권사의 30%는 없어져야 증권업계가 살 수 있다는 현실론에도 불구하고 합병은 지지부진하다.
“단기간 성과에 집착하지 않으려 해도 일단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현실”이라는 한 증권사 CEO의 말은 현재 구조를 만든 원인을 정확하게 집고 있다. 그의 말대로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답이 없다. 천수답구조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꼴이다.
결국 실적중심의 조급증이 현재의 한국증시구조를 잉태했다면 이를 극복하는 길은 그 반대다. 실적보다는 긴 안목의 구조개선, 그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입력시간 : 2004-06-28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