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출비상...돌파구는 있다] 2. 수입마케팅 개념 도입하자

「현명한 수입이 외화를 버는 것이다.」지난 4월말 조달청은 531만2,000달러 규모의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CT촬영기, 혈관조영촬영기 등 고가의 의료기기를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면서 경쟁입찰방식을 유도, 325만4,000달러에 구매했다. MRI나 CT촬영기 등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개당 수 억원대에 달하는 고가품. 이들 의료기기를 개별 병원단위로 수입할 경우 고스란히 정찰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국내 병원들의 전체 수요를 취합해 이를 대규모 구매단위로 구성, 이 물량을 놓고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경쟁 입찰을 유도했다』며 『물품 구매단위를 묶어줌으로써 200만달러 이상를 줄이는 효과를 나타냈다』고 설명한다. 조달청이 중심이 된 의료기기 일괄 구매입찰은 현명한 수입 행위에서도 달러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 무역전문가들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을 조절해 달러 지출을 줄이는 「수입마케팅」개념을 확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입마케팅은 말 그대로 수입선을 ㄷ변화해 싼 값으로 원자재를 구매, 외화를 아끼는 등 수입행위에 마케팅 기법을 활용, 달러 지출을 줄이자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수출용 원부자재 및 생산재, 시설재 등을 수입에 절대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처럼 경기가 되살아날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이면 수입은 더욱 늘어난다. 올들어 5월말 현재 전체 수입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가 증가한 441억4,300만달러(잠정치). 무역대리점협회 이성희(李成熙)회장은 『기업들이 수입을 짜임새 있게 관리, 수입규모중 1% 가량만 절약해도 올들어 5월말까지 5억달러 정도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수출을 통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보다 수입시스템을 개선시켜 달러 지출을 10억달러 줄이는 것이 결국 수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李회장은 『정부와 기업이 발상을 전환하면 달러를 축적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며 『현지 수입선을 확보하기 위해 파견되는 구매사절단에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 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입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수출시장 개척에 지원되는 정책적 배려만큼 수입시장 개척에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 수입마케팅을 발전시키면 통상마찰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최근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짙게 하고 있으나 정기적이고도 대규모의 수입사절단이 움직인다면 현지에서 우호적인 상거래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달러를 사용하되 제대로 사용하면 생색도 나고 달러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세계 원자재 및 중간재 시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파악, 이를 통해 수입물품의 조달가격을 낮추는 기법 등 수입마케팅 영역은 개척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종합상사 한 관계자는 『정책 우선순위가 수출에 맞춰져 있다보니 그동안 수입을 위한 구매사절단 파견 등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심지어 수입행위 자체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지만 수입을 안하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산업구조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 각종 수입품을 싸게 구입하는 기법을 최대한 발전시켜야 한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수입마케팅은 그만큼 개발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김형기 기자 K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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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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