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2분기 마이너스 성장3분기 전망도 불투명… 달러화 급락 가능성도
미국 경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2ㆍ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사실상 '경기침체(recession)' 초기에 진입했고 이에 따라 미국 달러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14일 무역수지와 산업재고에 대한 6월 통계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것으로 전망돼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국제통화기금은 미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막대한 무역적자를 지탱하기 어렵기 때문에 달러화가 유로화와 엔화에 대해 급락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불안에 대한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달러 환율은 14일 뉴욕 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90센트를 넘어섰고 엔화에 대해 121엔대로 떨어졌다. 세계 주요 통화 바스켓 환율을 비교할 때 달러화는 한달 사이 5.5% 하락했다.
◆ 경기후퇴 가능성
미 상무부는 지난달 27일 2ㆍ4분기 GDP 잠정치가 0.7% 성장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지만 6월 통계를 최종 집계한 후 오는 29일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1ㆍ4분기 GDP는 잠정치에서 2.0%로 높게 나타났지만 수정치에서 1.3%로 0.7%포인트 하락했다. 경기가 후퇴할 때 통계 담당자들이 호황시의 고정관념으로 잠정치를 잡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계 수치가 예상치 또는 잠정치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월가의 관측통들은 미국 경제가 2ㆍ4분기 중 월별로 가라앉았기 때문에 GDP 계산의 주요 자료인 6월 산업재고와 무역수지가 이번주 발표되면 실질적인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6월 산업재고는 15일, 무역수지는 17일 발표된다.
도이체 방크는 6월 산업재고가 예상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고 이 경우 0.5%포인트의 GDP 하락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리먼 브러더스는 2ㆍ4분기 무역수지가 수정될 경우 0.3% 포인트의 GDP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월가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2ㆍ4분기 성장률이 0%에 근접하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3ㆍ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들이 정의하는 공식적인 '경기후퇴'는 2ㆍ4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를 말한다.
그렇지만 모건 스탠리 증권은 2ㆍ4분기 성장률이 0%에 근접하고 3ㆍ4분기에 마이너스 0.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 미국 경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불경기에 진입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의 저성장 또는 부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 예상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21일에 또다시 0.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낸 칼럼에서 "현재의 경기침체가 투자위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소비를 자극해 경기를 부양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달러 급락 가능성
IMF 집행이사회는 이날 세계 경제에 관한 연례 검토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이 올 하반기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태"라며 이 경우 달러 급락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생산성이 악화될 경우 더 이상 경상수지 적자를 지탱할 수 없고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방향을 설정할 경우 여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적으로 IMF 보고서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이날은 유로화ㆍ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가 급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헤지펀드들이 개입, 유로화와 엔화를 사고 있고 9월 말 중간결산을 앞둔 일본 상사들이 주가하락을 보전하기 위해 달러를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전문가들은 달러가 1유로에 대해 0.90~0.95달러까지 약화될 것이지만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행이 통화팽창 정책을 결정,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