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경기 낙관말고 진작책 지속 필요"

저금리·원貨 절상등 금융시장여건 10년전과 닮은꼴<BR>94·95년 호황 자신감에 대외변화 준비 미흡<BR>수출비중 더욱 커져 외부변수 예의주시 필요

환율Ⅰ

환율Ⅱ

회사채 수익률Ⅰ

회사채 수익률Ⅱ


지금의 금융시장을 대변하는 이 같은 헤드라인들은 지난 94~95년에도 나타났다. 10년 전에도 미국이 플라자 협정 이후 10년간 달러 절하정책을 지속하는 바람에 원화가 초강세를 지속했고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갈데 없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 같은 금융시장 여건을 활용, 경제의 세계화 전략을 펼쳤고 지금도 해외유학 송금이니, 해외부동산 자금이니 하며 자금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과 비교할 때 거시경제여건과 경제 마인드에서 큰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10년 전에는 경제가 초호황을 구가, 정부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지나칠 정도로 자신감(complacence)에 빠져(조증) 대외여건 변화에 준비ㆍ적응하지 못해 2년 후에 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은 바 있다. 지금은 경기가 미약하게나마 회복되고 있지만 경기호전에는 여전히 불안요인이 많고 경제주체들은 우울증에 빠져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 매니지먼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10년 전과 금융시장 여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자칫 경제의 흐름을 잘못 읽으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며 “경제가 조금 나아졌다고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기조를 늦추거나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주시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10년 전과 닮은꼴=최근 환율ㆍ금리ㆍ주가는 물론 국제상품 가격지수 등 주요 금융지표의 사이클이 94~95년과 닮은 꼴을 보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10여년간 트레이딩한 경험이 있는 정윤 신한은행 PB사업부 부부장은 “원화절상, 저금리, 돈이 갈데 없는 현상 등에서 10년 전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지금도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엔ㆍ달러 환율은 84엔대까지 떨어졌고 지금도 100엔대로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94년 초 회사채 금리는 12%선까지 떨어졌지만 95년 초에는 16% 가까이까지 올랐고 지금 국고채 금리는 1개월간 0.1%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4%를 넘어섰다. 홍춘욱 한화증권 팀장은 “당시와 지금의 금융시장 여건이 거의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가도 “경기 동행지수로 활용되는 CRB 상품지수가 95년 고점을 칠 때까지 상승기조를 유지했다”며 “환율하락도 과거와 비슷하지만 지금은 절상속도가 너무 빨라 당시보다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배현기 하나경제연구소 팀장도 “당시는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경제성장률은 7%, 물가는 5%를 기록하는 경기 호황기였다”며 “경제성장률이나 물가 등의 절대 비교치는 다르지만 경기확장 국면이라는 경기 사이클상의 특징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10년 전과 다른점=금융상황은 비슷하지만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이 다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수출이 경기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당시는 반도체, 지금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재산업이 주력이다. 또 과거에는 경기과열과 맞물려 과잉 중복투자와 소비가 버블처럼 부풀었지만 지금은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고 가계도 지갑을 굳게 닫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했고 은행들이 살을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웬만한 금융 리스크를 감당할 힘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고유선 동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상승ㆍ환율하락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돼 문제이지만 경제 시스템을 흔들 만한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하락해도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의 환율하락ㆍ유가상승 등 대내외 변수들이 우리 경기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였다. 환율하락과 수입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강하게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거시금융팀장은 “지표상 흐름이 비슷하지만 당시와 경제체질이 달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그때보다 경제 볼륨도 커졌고,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에서 환율급락과 유가급등이라는 외부 변수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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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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