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질적 구조조정 못하면 도태" 위기감

■ 재계 '미래생존책 찾기' 비상"환경 불투명"… 삼성·SK등 1등사업 육성 주력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운 생존방안 찾기'에 비상이 걸린 것은 한마디로 최근 기존 주력산업들이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에서 신수종 발굴, 한계사업 퇴출 등 사업의 질적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고서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위기의식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지만 국내기업의 경쟁력은 외환위기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고 않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상반기 국내 510개 상장사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으로 17조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이는 대부분 환율과 저금리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전 환율과 금리를 적용하면 오히려 18조원의 적자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오는 2005년에는 1등만 살아남는다 이처럼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1등 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0년 후에는 세계시장에서 1ㆍ2등에 들지 못하는 회사나 사업은 문을 닫게 되고 새로운 기술과 환경에 적응한 일류기업도 속출할 것"이라고 틈만 나면 강조하고 있다. SK도 2005년까지 지속적인 생존조건을 확보하지 못하는 계열사는 설령 이익이 나더라도 사업철수ㆍ통폐합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방침이다. 현대차 그룹도 '2010년 글로벌 5' 달성을 위해 각종 경상비용 등은 줄이면서도 총투자는 올해(2조3,200억여원)보다 34%나 늘어난 3조1,150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박삼구 금호 회장도 "업종 내 1위를 하지 못하는 기업은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라며 "2010년까지 5대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생명공학ㆍ신소재ㆍ물류 등을 3대 신규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사업을 잡아라 이에 따라 삼성은 각 계열사별로 5~10년 후를 대비한 미래사업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등 세계 선두권인 제품은 과감한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를 통해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현재 세계 17위 수준인 비메모리반도체를 집중 육성, 2007년 세계 5위로 도약할 방침이다. 임형규 삼성전자 사장은 "시스템LSI사업의 육성은 메모리만 가지고는 5~10년 후 반도체사업을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LG도 현재 세계 선두권인 디지털TV, 디스플레이, 3세대 이동단말기 등 승부사업의 제품 리더십 확보를 통한 1등 상품 개발 및 적기 상품화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도 앞으로 4년간 5,000만달러를 미국 바이오벤처 사업에 투자하는 등 미래 수익사업으로 바이오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 허리띠는 더 졸라맨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과 함께 경비는 최대한 절감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등 내년에도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삼성은 신규사업 투자는 핵심역량과 관련된 분야에 국한하고 총인건비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LG도 수익성 향상을 위해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 경상 예산ㆍ구매비 등 5% 삭감 ▲ 제로-베이스 기준으로 예산 편성 ▲ 불필요한 비용 지출 최소화 ▲ 올해 수준으로 인력 유지 등을 내년도 사업집행 기조로 삼았다. ▶ 해외로, 해외로 신규사업 진출에 여력이 없는 중견기업들은 중국 등으로 해외진출을 강화, 기존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계열사인 연합철강과 연계해 상하이 등 주요 중국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열성적으로 추진 중인 서부대개발을 목표로 현지 생산법인도 늘리고 있다. 연합철강은 중국 장쑤성 장인시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응용아연도금강판ㆍ갈바륨(CGL) 강판 설비와 연산 15만톤 규모의 컬러강판(CCL) 설비에 대한 기공식을 28일 실시할 예정이다. 화섬업체들도 국내 수요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등 해외진출을 통해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휴비스는 11월 중국 쓰촨(四川)성에 1억달러를 투입, 연산 20만톤 규모의 폴리에스터 단섬유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또 중동ㆍ동유럽ㆍ중남미 등지에도 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별도로 1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코오롱도 난징시(南京市)에 4,000만달러를 투입해 연산 5,000톤규모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지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3,000만달러를 투입,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연산 1만4,600톤 규모의 폴리에스터 및 스틸 타이어코드 공장을 건설 중이다. 김학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쟁체제의 확산과 신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미래사업 발굴은 기업은 물론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전통산업은 디지털ㆍ지식ㆍ신기술 등을 도입해 부가가치를 더 높이고 신산업은 핵심기술 등을 확보, 시장을 조기선점 하는 등 '양 날개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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