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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태안반도, '검은 절망'의 끝에서 찾은 '순백의 희망'

여전히 아름다운 태안반도<br>꽃지·영목항 그모습 그대로<br>관광도 또다른 '자원봉사'<br>틈나는 대로 찾아 주민들 용기 북돋웠으면…


태안반도, '검은 절망'의 끝에서 찾은 '순백의 희망' [리빙 앤 조이] 여전히 아름다운 태안반도꽃지·영목항 그모습 그대로관광도 또다른 '자원봉사'틈나는 대로 찾아 주민들 용기 북돋웠으면…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검은 절망 구름포 해수욕장에 들어서자마자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유소를 지날 때 맡을 수 있는 바로 그 냄새였다. TV와 신문으로만 접하던 태안 앞 바다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기름 냄새 진동하는 구름포 앞바다는 을씨년스러웠다. 그날 따라 영하의 매서운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하루 전엔 태안주민 한 명이 자살을 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희망의 빛 잿빛 분위기가 가득한 구름포 해안 저 너머에 환한 노란빛이 눈에 띄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개중에는 자발적으로 온 사람도 있었고, 회사 등에서 단체로 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서는 똑같은 것이 빛나고 있었다. 진실함과 절실함. 바위에 묻은 기름 때를 꼼꼼히 제거하는 그들은 추위 따위는 이미 잊은 듯 했다. 오직 바위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 동안 이곳을 찾은 수백만 자원봉사자들의 작은 노력들 덕택에 태안반도는 서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기름 때를 닦는 일만이 태안 주민을 돕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다른 방법도 있다. 태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끔찍한 사고가 터진 곳에서 먹고 노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만약 이렇게 생각해 태안 여행을 꺼리고 있다면 이는 태안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은 충남이다. 그리고 충남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바로 태안반도였다. 태안 주민들은 평소 처럼 관광객들이 오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바다 위 기름 때는 거의 다 사라졌고 바다에 빠지는 듯한 낙조도 여전히 그대로다. 그런데도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 받던 태안반도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기름 유출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어업 종사자들 뿐만이 아니다. 관광업 종사자들의 한숨도 마냥 커져 가고 있다. 기름 유출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구름포나 만리포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기름 유출의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지역에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점이다. 태안에서 77번 국도를 타고 남쪽 방향으로 내려와 안면대교를 건너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안면도다. 태안에서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이곳은 태안 앞바다인 구름포, 만리포 등과는 달리 기름 유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곳이다.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 구석구석에는 볼거리들이 널려있다. 푸른 빛 바다도, 하얀 모래사장도 여느 때와 다름없다. 안면도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은 역시 꽃지해수욕장이다. 꽃지의 맑은 하늘빛 바닷물은 여느 때와 다름없다. 넓은 백사장과 소나무 숲, 그리고 황홀한 석양까지도 예전 그대로다. 꽃지해수욕장의 수문장인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는 몇 달 전 재앙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바다 위에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할미ㆍ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은 우리나라의 3대 낙조 중 하나다. 그래서 이곳에는 1년 내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진작가들,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꽃지해수욕장 바로 뒷편에는 휴양 리조트인 오션캐슬(www.m-castle.co.kr)이 있다. 이곳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아쿠아월드에서는 푸른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아로마테라피 스파, 유황해수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어 봉사활동과 여행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태안반도 관광의 첫째 날 봉사활동을 한 후 꽃지의 낙조를 즐기며 스파로 몸을 풀었다면 다음날엔 안면도의 구석구석을 즐겨보자. 태안반도 일대에서 밥도 먹고, 여러 관광지도 돌아보는 것 역시 기름 제거 작업 못지않은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말이다. 둘째 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영목항. 이곳은 태안반도의 남쪽 끝에 자리잡은 평화로운 항구다. 따스한 햇살이 스며든 서해바다는 여전히 쪽빛을 과시하고 있다. 마치 ‘여긴 기름 피해가 전혀 없다’고 항변하는 듯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영목항 주변에는 갈매기와 오리 떼만이 노닐고 있었을 뿐, 관광객은 없었다. 평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영목항 주변 횟집 중 몇몇은 아예 문을 닫았다. 유명 해수욕장이 즐비한 서쪽 해안과 달리 안면도의 동쪽 해안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이야말로 최고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요지다. 특히 붕기풍어제(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로 유명한 황도와 안면암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하지만 매년 연말연시에 수만 명씩 찾던 이곳도 올해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안면암에서 만난 주지스님은 “이곳은 기름 유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왜 찾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大화면 TV, 어떤게 좋을까? • 성능 UP! 가격은 DOWN! • 영상기기 용어 해설 • 신중현 인터뷰 • 스키장의 밤은 아름답다 • 스키 마니아는 2월에 탄다 • 태안반도, '순백의 희망' • 안면도 자연휴양림 • 안면도 게장 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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