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자산재평가의 득과 실

자산재평가 제도는 우리나라와 호주 영국 등 극히 소수의 나라들에서만 채택되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장부에 역사적 원가로만 기록돼 있는 자산을 현재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가상승으로인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정자산의 시가가 장부가액과 현저한 차이(25%이상)를 보일 때 이를 시가로 재평가 하는 것이 투자자들에게 보다 현실성 있는 자산관련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요즘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을 기록한 기업들은 환차손의 원인이 된 외화리스자산의 시가를 반영할 수 있는 재평가를 통해 외환차손의 영향을 얼마만큼은 상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이러한 주장들은 사실 그럴 듯하다. 이론적으로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과연 자산재평가가 우리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 하는 점은 한번 곰곰히 따져봐야 할 사항이다.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 물론 자산이 시가로 평가되어 현실적인 금액이 대차대조표에 나타나게 되고 또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떨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투자자들의 시각이다. 자기가 가진 돈을 어느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자산이 얼마나 현실성있게 평가되어 있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업의 이익창출력이 타 기업에 비해 얼마나 우월한가를 분석한다. 이때 주로 쓰이는 지표가 총자산이익률(ROA)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경영자가 수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 주주들의 부를 얼마나 높여주었는가를 점검해 보고 투자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산재평가는 ROA나 ROE 계산에 즉각적인 악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산재평가는 총자산가치를 올림으로써 ROA계산의 분모를 크게 만들어 그 값을 낮추게 되고, 자산재평가 결과 나타나게 되는 재평가차익은 자본잉여금으로 처리되어 자기자본의 규모를 커지게 해 ROE값을 작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재평가를 통해 가치가 커진 자산들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자동적으로 증가하게돼 ROA나 ROE를 계산할 때 분자에 위치하는 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이렇게 보면 자산재평가는 투자자들에게 해당기업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한층 낮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다 주게 되고 자산을 부풀렸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도 제공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열악한 환경속에서 경제를 일으키기 의해 투자자의 권익은 뒤로 한채 기업의 입맛에 맞는 자산재평가 제도 같은 것을 무분별하게 도입, 활용해 왔다. 이제는 해외자본의 유치, 기업의 투명성 제고, 회계자료의 객관성 유지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자산재평가가 기업에게 과연 유리한 것인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할 때다. 부채비율의 개선만을 의식한 기업의 성급한 판단이 오히려 해(害)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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