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걸 온 더 브릿지

표적의 눈을 가리고 혼신의 힘을 칼끝에 맡긴 남자. 예리한 칼날이 표적이 된 여자의 마음을 훔치며 등판에 큰소리를 내며 10여개의 단칼이 깊이 꽂힌다. 그순간 여자는 너무나 큰 충격에 죽음과 관능의 경계서 아뜩한 자유로움에 빠진다. 이 장면은 그 어떤 감각적 영화보다 관능적이다.파트리스 르콩트 감독의 「걸 온 더 브릿지」는 이처럼 두려움과 쾌감, 관능을 한데 섞어놓은 로맨틱 드라마다. 자신의 육체를 「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합실」에 비유하는 아델(바네사 파라디)은 어느날 센강 다리위에서 뛰어내리기로 작정하고 온갖 회한에 사로잡힌다. 절망만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았음을 깨닫고 세상에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은 그녀가 어둠에 잠긴 희뿌연 강물을 내려다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즈음에 서커스단에서 칼던지기쇼를 하는 가보(다니엘 오테이유)란 남자가 나타난다. 「인생은 신념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그녀를 질책한 뒤 내놓은 가보의 제안은 가당치도 않다. 칼던지기쇼의 표적, 곧 조수가 되어달라는 것이다. 긴장감으로 이마에 배는 땀을 닦아가며 아델을 향해 칼을 던지는 가보. 날아오는 칼이 1㎝만 빗나가도 자신의 몸에 꽂힐 두려움에 떨면서도 묘한 흥분에 빠지는 아델. 이들은 흠잡을데없는 훌륭한 파트너가 돼 가는 곳마다 인기와 찬사를 독차지한다. 두사람의 애틋한 감정이 흑백 화면 속에 잘 녹아 있다. 원색이 거세되고 대사가 절제된 자리에 애잔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이 들어앉았다. 8일 개봉. 박연우기자YWPAKR@SED.CO.KR 입력시간 2000/04/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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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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