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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세계적인 부, 권력, 그리고 정신적 문화적 성취의 절정에 오른 부유한 대륙이 왜 그렇게 악의적이고 살인적이고 지역적인 분쟁의 놀음판에 자신이 지금껏 이룩하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걸었을까? 게다가 전쟁 발발 몇 개월 뒤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할 희망이 사라졌을 때조차 왜 전쟁 세력들은 군사적 대립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전면전을 위한 전시 체제로 돌입함으로써 수많은 젊은이들을 무의미한 쌍방 간의 살육전으로 내몰았을까?" (영국 역사가 존 키건, p199)
20세기의 '근원적 재앙'으로도 불리는 제1차 세계대전만큼 원인이 복잡하고, 많은 논란을 부른 전쟁은 없다. 존 키건은 당시 전쟁 수행 국가들이 내건 어떤 이유도 사실 전쟁의 대가를 생각하면 일고의 가치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반면 승자들의 답은 간단했다. 전후 체결된 베르사유조약 제231항에는 독일의 '단독책임'을 문서 상으로 확정했다. 승자가 쓰는 역사에서 진실 따위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얘기다.
'위대한 패배자' '만들어진 승리자들' 등의 저술로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가 이번에는 지난 3,000여 년 인류 역사 속 전쟁과 군인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제목처럼 영웅이자 희생자이며 괴물이었던, 누구보다 고통받고 또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의 역사다. 또한 전리품과 명예, 피와 쾌락을 쫓는 욕망의 역사, 동시에 규율과 복종, 신앙과 이데올로기로 통제된 희생과 억압의 역사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에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이래 현대 전쟁(전투)에서는 더 이상 고전적 의미의 전투병, '우리가 아는 군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의 군대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무인폭격기(드론) 파일럿과 미사일 발사대, 용병과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특별한 인간 전투기계들만으로 전쟁이 가능해졌다.
2부에서는 군인이 필요해진 갈등의 시작과 전쟁의 기원을 살펴보고, 3부에서는 그들이 다룬 무기와 방어도구에 대해 설명한다. 또 전쟁의 명분과 실익이 무엇이었으며, 권력자가 군인을 전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강요하고 속여왔는지, 그 끝에 결국 대개는 죽음으로 귀결되는 군인의 최후를 4~6부에서 살펴본다. 그리고 마지막 7부에서는 무엇으로 전쟁을 피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묻는다. 하지만 징집거부나 탈영이든 유엔의 무장 평화군 '블루헬멧'이든 뾰족한 답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주에서 촬영된 지구 사진을 책에 싣고는 이렇게 해설을 달아 놓았다. "우리에게 이런 행성이 하나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지구는 70억 명의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데워지고 있다. 생물 서식지와 자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싸움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앞으로는 군인 없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2만 5,000원.